산경표(山經表)는 한반도 멧줄기의 발원지와 분포를 강물의 수계水系를 따져, 가계도(家系圖)처럼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다. 굵기에 따라 대간(大幹), 정간(正幹), 정맥(正脈) 따위로 분류해 멧줄기의 족보 비슷하게 매겼는데, 백두산이 씨족의 시조라면 전남 광양에 있는 백운산은 171대 손자뻘이 되는 셈이다. 이 글은 미당 시의 발원지를 찾고, 그것이 어떤 유역(流域)들을 거느리며 변형, 생성해 왔는지를 밝히려 했다. 신선도와 무속, 그 가운데서 특히 무속적 사유가 미당 시의 샘이자 마중물의 구실을 알뜰하고 톡톡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소(住所)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매실주(梅實酒)나 담그고 있을지 모를 그가 어름어름 눈치를 보이든 말든, 무속적 사유가 시의 산경표 거의 모든 경계(經界)를 아우르며 감싸고 있다는 게 이 글의 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