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신구월(10월) 성읍리 민속촌 마방집에서 17일 동안 <정공철 심방 초역례를 바치는 큰굿>이 실연되었다. 신(神)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굿을 하러 온 심방 밧공시와 굿을 배우는 본주 심방 안공시가 만났다. 15일, 보름을 넘기는 제일 큰굿인 제주 신굿은 안공시의 멩두와 밧공시의 멩두가 써 내려가는 신길, 새로운 신의 질서 속에 본주 심방의 초신질을 바로잡아 주는 굿이었다.
제주 신굿은 멩두의 내력, 신의 뿌리를 이야기하는 <초공본풀이>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무조신화 <초공본풀이>는 무조신(巫祖神) ‘본멩두(요령)·신멩두(신칼)·살아살축삼멩두(산판)’이라 부르는 ‘젯부기 삼형제’가 세상에 태어나 왜 굿을 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하는 신화다. 무조신 삼형제가 삼멩두이며, 삼형제를 상징하는 요령·신칼·산판을 삼멩두, 곧 멩두라 하니 제주의 신 이야기는 멩두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굿을 하려면 심방이 있어야 한다. 심방집 큰굿은 굿을 맡긴 본주도 심방이고, 굿을 맡아 하는 쪽도 심방이다. 굿하러 온 심방과 소미들을 밧공시, 굿을 맡긴 본주심방을 안공시라 한다. 2011년 음력 9월 17일 안공시 정공철 심방과 밧공시 서순실 심방이 신의 인연으로 만났고 큰대세우기를 시작으로 굿판이 벌어졌다.
- 머리말 중에서
문무병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국어 교사와 제주교육박물관 연구사로 재직했다. 부산대학교 예술대학에서 15년간 민속학 강의를 했고,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제주의 무속신화』(1999) 『제주도 큰굿 자료집』(2001) 『제주의 민속극』(2003) 『바람의 축제, 칠머리당 영등굿』(2004) 『제주도 본향당 신앙과 본풀이』(2008)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공저, 2017) 『설문대 할망 손가락』(2017) 『두 하늘 이야기』(2017) 『제주큰굿 연구』(2018) 등이 있다.
현재 제주신화연구소 소장,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민족미학연구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