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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지 않았다 : 시의 아포리아와 시 읽기의 반성
지은이 : 오태환
출판사 : 황금알
발행일 : 2018년 10월 31일
사양 : 456쪽 | 152*225
ISBN : 979-11-89205-15-7-93800
분야 : 비평집
정가 : 25,000원
오태환 비평집

그곳에 가지 않았다 : 시의 아포리아와 시 읽기의 반성

시의 아포리아는 그것을 추동하는 미적 형식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모든 시가 해석의 난해성 여부와 무관하게 아포리아를 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운명적이다. 아포리아는 시를 사상과 율법과 잡념과 풍속으로부터 구별할 수 있도록 하며, 시를 비로소 시가 될 수밖에 없도록 인도한다. 이 지점에서 시의 완성은 시인의 몫이 아니라, 비평가(독자)의 몫이라는 명제는 정당성을 얻게 된다.
- 본문 중에서

고 정진규 시인의 거처였던 안성 ‘석가헌’에는 세간에 회자된 선생의 서예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 보관되어 있다. 선생께서 생존해 계시던 무렵 석가헌을 찾아 일람한 바 있던 서예 작품의 내용은 놀랍게도 오태환 시인의 산문이었다. 당신 시세계의 핵심을 고아한 문장으로 펼쳐 보인 오태환의 짧은 평문을 기리기 위해 선생께서는 친필로 육화하는 방편을 동원하셨던 것이다. 그런 오태환의 평문들이 강산을 온전히 바꿀 만한 세월 동안 축적된 분량의 옥고로 갈무리되어 출간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 비평집에서 오태환의 필력을 대표할 만한 글은 1970년대의 대표시집을 선정하고 세 가지 공간구조의 개념을 도입하여 한국현대시사의 지형을 쇄신하려는 의욕을 펼쳐 보인 1부다. 그런데 나로서는 오태환의 시 창작과 비평 작업을 하나로 꿰는 상상력과 문체가 돋보이는 2부의 작품론에 더욱 애착이 간다. 특히 정진규 시인의 「숲의 알몸들」이라는 작품에 묘사된 “한밤내 눈 내린 화계사 청솔 숲”의 무게를 비유하는 “슬픔의 중량”에서 “낙성관지(落成款識)”를 읽어내는 상상력이 유난히 돋보인다. 그림의 낙관을 가리키는 낙성관지가 내포한 효용성을 “낙관은 붉은빛으로 수묵(水墨)의 꺼진 재와 같은 단조에 화룡점정의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조형의 한 요소로 작용할 때가 많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붉은빛 낙관이 무채색의 동양화 화폭에 새로운 예술세계의 감흥을 열어 보인다는 해석은 오태환 비평의 특유한 방법론이자 성과로도 재해석될 수 있다. 그의 비평적 상상력이 대상 텍스트에 생기를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텍스트의 진경(眞景)을 열어주는 낙관의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의 비평 자체가 낙성관지인 셈이다.
- 이경호, 문학평론가

오태환

1984년 조선일보·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데뷔했다. 시집 『북한산』 『수화(手話)』 『별빛들을 쓰다』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시론집 『미당 시의 산경표 안에서 길을 찾다』 『경계의 시 읽기』가 있다.
들어가며

1부 한국 시사의 공간구조와 70년대 주요 시집 분석
70년대 시사의 공간구조적 탐구를 위한 시론(試論)
1. 현대시사 기술의 현실과 반성
2. 한국 현대시사의 공간구조
3. 1970년대 시사의 공간구조적 의미

절대언어, 또는 언어의 해방과 자유를 향한 고투
― 『거대한 뿌리』에 나타난 김수영의 시적 지향과 의미
1. ‘참여’의 오독(誤讀), 김수영에 대한 오해와 편견
2. 한 니힐리스트의 고독한 성명(聲明) 
3. 해방의 언어, 자유의 언어, 그리고 절대언어
4. 언어의 전위적 예술가

꽃의 알리바이와 투명하고 정치한 언어의 조도(照度)
― 『처용(處容)』에 나타난 김춘수 시의 지형과 풍향
1. 「꽃」 : 시의 부재증명, 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2. 「나의 하나님」 : 시적 언어와의 황홀한 접선
3. 「처용단장(處容斷章)」 : 도저한 꿈과 환상의 백과전서

자기 갱신의 현장, 또는 문학적 진실의 안과 밖
― 『문의(文義)마을에 가서』에 보이는 언어와 세계의 대결국면을 중심으로 
1. 「투망(投網)」 : 비극의 수용과 시적 전망의 갱신
2.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 문학적 참사의 현장
3. 시문학사에 던지는 어젠다

연민과 피정의 시학, 그 환상적 칸타타의 순한 잔향 
― 『북 치는 소년』을 중심으로 읽는 김종삼 시의 미학적 향배
1. 가슴 설레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평화
2. 현실의 신산에 대응하는 방식
3. 색채가 없는 윤곽, 윤곽이 없는 색채의 환상
4. 진정성의 쓸쓸하고 아픈 맨살

젊은 날의 초상, 시적 궤적의 낭배
― 『아침의 예언(豫言)』에 나타난 오탁번 시의 방향성
1. 『아침의 예언(豫言)』 : 오연한 시정신의 물증
2. ?「라라에 관하여」 : 충동, 에로티시즘의 환상, 열패감, 쓸쓸하고 아스라한
3. 「상징(象徵)의 언덕에서」 : 의미 띄우기와 의미 지우기의 건조한 반복
4. 「굴뚝 소제부(掃除夫)」 : 실존적 불안과 실존적 고독의 참을 수 없는 황량함
5. 「순은(純銀)이 빛나는 이 아침에」 : 사람과 우주의 순은빛 회통(會通), 또는 감성의 투명한 순도
6. 시세계 조명의 광원


2부 현대시의 여덟 가지 서경과 전망
송재학
「흰뺨검둥오리」 : ‘흰뺨’과 ‘퍼들껑’의 즐거운 교섭
「늪의 내간체(內簡體)를 얻다」 : 현대, 또는 현대적인 것에 대한 질문들
「구름장(葬)」 : 몸의 아픔, 몸의 슬픔, 낮달
「소래 바다는」 : 소래와 협궤, 표랑의식의 고단한 숙명성
「공중」 : 허공의 탐구를 위한 카메라 옵스큐라

안도현
「국화꽃 그늘과 쥐수염붓」 : 시에 대하여 시로 쓴 의제
「매화꽃 목둘레」 : 퇴계의 청매분(靑梅盆)과 매화치(梅花痴)
「설국(雪國)」 : 눈보라 사냥
「북항」 : 북항, 슬프고 따뜻한 맨살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역사의 화인(火印)을 위한 장렬한 증언

황학주
「나의 비애」 : 비애의 겨드랑이, 사람의 아름다움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나」 : 생의 환멸과 고독, 혹은
「어느 목수의 집 짓는 이야기」 : 바다, 당신, 그리움의 아득한 음역
「그해 여름」 : 깊고 아픈 행려(行旅)의 날들

문인수
「채와 북 사이, 동백 진다」 : 북채의 여백, 시와 언어의 파라곤
「가시연꽃」 : 아수라도 속에 도사린 극채색 리얼리즘
「저 할머니의 슬하」 : 애호박과 자궁
「동강의 높은 새」 : 달빛 비치는 일자무식의 서경
「식당의자」 : 플라스틱 의자, 즉물성의 희고 고요하고 무료한 온도

장석남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찌르레기 울음과 환한 아궁이
「그리운 시냇가」 : 우의로 빚은 조촐한 소우주
「배를 밀며」 : 배를 미는 방식과 서정의 고도
「바위그늘 나와서 석류꽃 기다리듯」 : 소박하고 은근한 수세의 미학

정진규
「들판의 비인 집이로다」 : 그리운 물, 어머니의 불
「숲의 알몸들」 : 회사후소의 묵적, 슬픔의 고요한 중량
「삽」 : 삽의 에로티시즘과 죽음연습
「새는 게 상책(上策)이다」 : 언어와 우주의 내통

고재종
「소쇄원에서 시금(詩琴)을 타다」 : 소쇄원의 비잠주복들
「황혼에 대하여」 : 무공용(無功用)과 저녁의 평등
「시린 생」 : 미나리꽝의 사생(寫生)
「저 홀로 가는 봄날의 이야기」 : 청명햇살과 민중시

문정희
「“응”」 : 페미니즘 문학의 한 승경(勝景)
「율포의 기억」 : 생명을 향한 연민과 경의의 제단
「치마」 : 여성 해방의 적나라한 현장
「물을 만드는 여자」 : 여성성과 관능미의 승리


3부 시집 톺아 읽기
?떠나가는 것들을 위한 천칭(天秤)자리 또는, 서늘하거나 따사롭거나
― 장석주 시집 『일요일과 나쁜 날씨』
육체의 그리움, 그 황량한 에로티시즘의 미학
― 이화은 시집 『미간』
한 견인주의자의 꿈과 밥의 현상학
― 박무웅 시집 『지상의 붕새』
죽간과 목독으로 엮은 모국어의 점경(點景)들
― 이희숙 시집 『울 엄마』
파경 맞추기, 에로티시즘의 즐거운 점등(點燈)
― 백명숙 시집 『말, 말』


4부 현대시의 두 풍향

현대미술과 빈티지풍 원본의 시학
― 송상욱론
맛의 혈, 세상의 혈, 시의 혈
― 윤관영론


5부 시인을 읽는 창(窓)

비백(飛白)의 철학과 율려(律呂)의 미학
― 정진규 스케치
뚜벅뚜벅 걷다가 길에서 말 걸기
― 박의상 스케치
바람꽃, 하쿠다케혜성, 어쿠스틱기타 6번줄의 떨림
― 강신애 스케치


6부 현대시에 관한 질문과 어젠다

평면적 서정성, 그 관념화와 긴장의 이완에 관하여
1. 서정성과 관념의 안팎,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2. ?관념과 현실 사이의 거리, 유치환의 「행복」과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3. 관념과 기교 사이의 거리,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알 수 없어요」
4. 맺는 말

현대시 공간에 드러난 아포리아의 두 지형
― 정지용의 「파라솔」, 서정주의 「문(門)」을 중심으로
1. 현대시의 오독과 난해성의 문제
2, 정지용의 「파라솔」, 생략과 비유로 짜인 언어의 난처한 감광도
3, ?서정주의 「문(門)」, 통과제례를 배후에 둔 고통스럽고 찬란한 주물(呪物)의 언어 
4. 맺는 말

혼과의 소통, 또는 무적(巫的) 제의의 문학적 층위
― 김소월·이상·백석 시의 무속적 상상력
1. 현대시에 투영된 무속의 국면
2. 김소월 : 사령과의 교감을 통한 한의 문학적 체현
3. 이상 : 무적 임사체험과 문벌에 대한 강박의식
4. 백석 : 무속적 사유와 토속공간의 원형성
5. 맺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