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리지어꽃을 무척 좋아한다. 봄이 온다 싶으면 거리에 나가서 한 다발 사서 품에 안고 그 향기에 취해보곤 한다. 때로는 막역(莫逆)한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기도 한다. 그래도 부담이 안 가는 꽃이다. 올해에도 두 번이나 꽃다발 선물을 받았다. 꽃병에 꽂아 집안에 놓으면 방안에 가득한 향기로 기분이 마냥 좋아지고 일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다. 프리지어는 선명한 색을 지닌 꽃이다. 지는 모습을 보면 더 매력적이다. 시들어가면서 꽃잎이 흩어지지 않고, 색감은 더욱 짙어져 아름다움을 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꽃은 시들 때 추한 몰골이어서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프리지어는 지는 모습도 고고해서 지금 내 방에는 말린 꽃이 병에 한 아름 꽂혀 있다. 봄, 여름에 피고 가을에 지는 것이 꽃들의 생태인데 이는 가을에 심어서 겨울을 나야만 이른 봄에 피고 한여름에는 볼 수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
- 「프리지어꽃 필 때면」 중에서
그녀는 봄비처럼 살며시 다가온 손님이다. 가뭄에 메말랐던 대지를 적셔주는 반가운 봄비 같다. 우리 집에 15년 만에 찾아온 아기다. 귀엽고 앙증맞다. 향기가 좋고 촉감도 부드럽고 따스하다. 방긋거리는 웃음과 미소는 환상적이다. 둥근 얼굴에 커다랗고 동그란 눈, 작은 코, 입, 덜 발달된 턱 하며 아직은 어린 티가 흐른다. 균형 잡히지 않은 몸이라 머리가 제일 크게 보인다. 그녀의 매력은 환하게 웃는 모습에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 「봄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