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오쟁이는 농부에게 생명과 같은 귀중한 씨앗을 보관하던 가재도구로 선조들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씨앗을 통풍과 습도가 잘 조절되도록 고안된 농가의 보물단지이다. 씨오쟁이에 담아둔 씨앗은 양식이 떨어지는 고난이 닥치더라도 없는 셈치고 아껴두었다.
나는 어린나이에 날마다 아궁이가 먹어치우는 땔감을 해야만 했고, 소에게 먹일 풀을 베려고 산으로 들로 쏘다녀야만 했다. 농사철이면 모내기와 보리타작을 하는 어른들의 바지랑대 역할까지도 하였다. 작은형님이 운영하는 이발소에 땔감을 해주는 대가로 받은 등록금을 내며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술 배달과 얼음배달도 해보았다.
본인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한 생애를 건강하고, 행복하며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좌우명을 가슴에 안고 현실에 부대끼며 한 생애동안 수확한 희망의 씨앗 『에세이 앤 시』를 보시는 분들에게 깃털보다도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염원이 간절하여 봄에 영그는 충실한 이삭을 거두고, 삼복더위에 잘 익은 열매를 따서 말리고, 가을바람에 통통하게 살찐 씨앗을 엄선하여 이 오쟁이에 담았습니다.
사랑과 건강과 행복, 그리고 화목의 씨앗을 독자여러분에게 바칩니다.
김영주(金榮注)
1954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양보초등학교, 양보중학교, 대동공업고등학교, 진주농림전문대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경남도청 사무관, 대저건설 전무이사를 거쳐 현재 한성개발공사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