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잡문雜文을 묶는다. 오래 묵혀 허접스럽고 곰팡내가 물씬 난다. 첫 번째마저 기형畸形을 출산하고서도 참, 염치도 좋다. 어미가 성글게 빗어 놓고서도 제 잘못은 모르고 자식 탓만 한다. 마치,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처럼 구석에 가둬두고 괄시와 천대를 했었다. 새삼스럽게 들춰서 묶어내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온 연유가 무얼까.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제, 나에게는 무작정 다산多産을 하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뿐더러, 열정을 불태울 만한 에너지도 없다.
수필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소설로 무슨 말을 그리 많이 하고 싶었던지, 10여 년을 그쪽으로 외도를 하고 말았다. 일부는 개작을 하고 다소의 수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절름발이다. 지금의 시대와 동떨어진 작품이 많을 것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에 살고 있는 시대에 고릿적 봉놋방에서나 있었을 법한 허접스런 글을 내어놓았다. 이 글을 단 한 줄이라도 읽는 이들이여 부디 용서하시라! 한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아이가 자라면 입었던 옷은 작아지고, 어른들은 오래 묵은 친구처럼 편안한 옷을 찾게 된다. 과거 없는 현대는 있을 수 없고, 현재 없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여기에 묶은 작품들이 구시대의아날로그를 반영할 것이다.
작품 속에는 지방 신문에 기고한 칼럼과 동인지에 발표한 작품을 함께 묶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라고 말했던 어느 영화계의 연인들처럼 여기에 묶은 작품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라는 걸 밝힌다.
2017년 11월. 미리내창작실에서
김임순
김임순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35년째 거제에서 살고 있다. 창신대학 문예창작학과, 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해양문학에 관심이 많아 주로 바다에 관한 글을 쓰며, 에세이스트, 스토리텔링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공간』(소설), 『경남문학』 신춘문예(소설), 『수필과비평』(수필)으로 등단하여, 거제신문 현상 공모(수필)에 당선했다. 방송대 문학상(소설), 『생활문학』 작품상, 등대문학상(수필)을 받았다. 소설집 『허공건너기』, 수필집 『흔적』 『집어등이 밝은 이유』 등이 있고, 공저로 『섬길 따라 피어난 이야기 꽃』 『거제도 섬길 따라 이야기』가 있다. 현재 한국문협, 경남문협 회원이며, 거제문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