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숙 수필집
사랑으로 화답하는 사람꽃이 있다. 그 꽃의 향기는
역경을 이겨내고 도전하는 사람만이 맡을 수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말갛게 피어나는 꽃이다.
길만 길이 아니었고, 꽃만 꽃이 아니었다. 사람이 길이었고, 사람이 꽃이었다. 꽃을 보다가 사람을 떠올리고, 사람을 보다가 꽃을 떠올렸다. ‘사람’과 ‘꽃’이 하나의 상(像)으로 맺히기까지 나는 숱한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길을 떠나고서야 나 스스로 ‘길’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 서문 중에서
인간에게는 자신을 성찰하는 두 방향의 시선이 있다. 하나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수직적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외계를 지향하는 수평적 시선이다. 서한숙의 수필은 상당 부분 시선이 밖으로 향하고 있다. 고향으로 삼은 거제에 관한 일련의 작품들이 그렇다. 특히 이즘의 세태를 통찰한 3부의 글들에서는 그런 시선이 더욱 확인된다. 그런가 하면 일상에서 겪은 갖가지 일과 그에 관련한 정서들을 자수(刺繡) 놓듯 엮고 있다. 누군들 사연 한 자락 깔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이번 수필집에는 서한숙의 그간 내밀한 삶의 사연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첫사랑과의 해후, 소꿉친구와의 만남, 가족여행, 뜻밖의 교통사고 등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다양한 생(生)의 감각을 중층적인 서술전략을 통해 드러낸 작품들로 읽힌다. 말하자면 자신을 성찰하고 고백하는 제4갈래로서의 수필문학의 면모를 매우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 이번 수필집 『사람꽃이 피었습니다』는 저 수필 특유의 힘이 대목 대목 쟁여있어 이채롭다 할 터이다.
- 홍신선(시인·문학평론가·전 동국대 교수)
서한숙 수필가는 부산대학교 국어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런 와중에도 수필집을 발간해 문학을 향한 열정이 남다르다. 우선 그의 수필을 살펴보면, 문장이 깔끔하다. 주제를 향한 구성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고 치밀하다. 조용한 정서에다 절실하게 전달하는 멋까지 갖춘다. 수필마다 삶의 진실을 보여주고, 개성미를 더하면서 심도 있는 재치를 보여준다. 특히 3부에서는 사회에서 일어난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냄은 물론 차분하게 대처할 방안까지 모색한다. 이제는 더 이상 가르칠 필요가 없는 제자이다. 날로 대성(大成)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고동주(수필가·전 한국수필가협회 수석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