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코리안 드림을 향해 이동하는 조선족들과 이들의 불법적 이동을 책임진 조폭들이 벌이는 선상 드라마다. 수면 밑 물오리의 물갈퀴처럼 고요한 항해란 들리지 않는 시간,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의 처절한 투쟁의 와류에 의해서다. 중국 랴오닝성 잉커우항 출항 시점, 조폭들의 집단 패싸움을 선보이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조직과 연결된 밀항선, 야화선을 소개하면서 전개된다. 조선용 철강을 싣고 오는 것으로 가장한 선박에 개개의 파란만장한 사연과 씻지 못할 인생의 얼룩을 간직한 이십여 명의 승선원 역시 일망에 커다란 돈 자루를 꿈꾸는 자들로 주인공 전진수가 이들의 생사를 책임진 검은 선박의 선장이다.
남과 북이라는 한계상황에서 벌어지는 남과 여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의 파노라마 속에는 인생들이 비켜가지 못할 가정 폭력과 개인의 인권, 그리고 페미니즘이 바닷물과 함께 넘실댄다. 아버지의 정신질환에 의한 가혹한 폭력으로 어려서 정신적 외상을 크게 입은 주인공은 비교적 모범생으로 성장하고 일류대에 입학한다. 그러나 어느 날 데모 대열에서 전경에게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는 여학생을 목격하면서 애써 사장했고 사장된 줄 알았던 기억이 포문을 연다. 어머니와 남매들을 가축으로 취급하던 친부의 영상과 순간 겹쳐지면서 그 시대가 요청하는 반정부 시위와는 완전히 다른 논리로 데모 대열에 앞장서게 되고 데모대와 유치장을 오가던 그는 급기야 제적당한다. 해양대를 지원하지만 해양대 졸업과 동시에 다시 졸업생 1퍼센트 입대에 차출 당하고 만다. 보이지 않는 끈에 묶여있음을 처절히 인식, 특수부대를 자원, 훈련이 끝났을 때 그는 북파 당한다.
북파 당시 운명의 여인, 이수옥을 만나 사랑 하고 정을 통한다. 임무는 변절자의 밀고로 허사로 돌아가고 간신히 남으로 살아 돌아오지만 바로 파임 당한다. 쉬지 않는 감시의 눈알을 따돌릴 방도로 그는 항해사의 길을 가고 선장이 되지만 바다 또한 한 발을 내어 디딜 수 없는 선상 감옥으로 제도권에 쫓겨 온 유배지임을 처절하게 인식한다. 그리고는 거금을 손에 쥠과 동시에 제도권을 허수아비로 만들 각오로 그는 조직과 손을 잡고 밀항에 가담한다.
과거와 대과거를 넘나드는 이 드라마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선장 전진수는 조선족 밀항자 속에 북파 당시 우연히 만나 정을 통했던 여인, 이수옥과 그의 소생 박달래를 만나게 된다. 이들과 밀항자에게 위해를 가하던 조직원 중에 악종 한 놈을 멍석말이하여 바다에 던지고 나서 때아닌 돌풍이 불어닥친다.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해상에서의 지옥을 견디면서 승무원은 물론 화물짝처럼 실린 극한의 공간에서 밀항자들 역시 자신들의 생사를 건 시도가 무모했음을 통절하게 깨닫는다. 연명이 어려웠다면 모를까, 대부분 상대적 박탈감으로 시작된 현실로부터의 도피는 생사를 걸고라도 시행해야 할 도박이 아니었음을 깨달으며 완도항에 도착, 밀항은 성공한다. 하지만 나머지 조직원 두 놈의 밀고로 선장 전진수와 이수옥은 억류당한다.
일찍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이 코리안 드림으로 재현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상대적 빈곤을 먹고 성장하는 자본주의란 자본이 되는 것에는 물과 불을 가리지 않는 속성으로 전 지구적 자원을 고갈시키고 무자비한 개발은 대지와 숲, 토양과 바다를 오염시켜 전 지구적 환경이 막다른 길로 접어들고 있음을 고발한다. 또한 남과 북, 그 특수한 한계상황을 그리면서 개인의 인권과 자유, 가정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이 얼마나 개인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논의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