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농부화가 김순복의 그림과 시
농부화가 김순복의 그림과 시는 7,80년대의 아득한 시골 풍경을 떠올리지만, 현재 진형행으로서 살갑게 다가온다. 그의 그림은 단순 소박한 게 특징이다. 제대로 그림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생래적으로 그림을 좋아했던 어린 소녀 시절부터 타고난 그림에 대한 끼와 열정이 지금의 김순복을 화가로 만들었다. 혼자하는 그림 공부는 각고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다. 의지했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혼자 농사를 지으며 그림을 그리는 일은 그야말로 엄청난 노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도 참고 고통을 인내하는 희생이 필요했다.
그러나 작가의 신념은 강철처럼 단단하고, 실천했다. 농사와 병행하는 그림 그리는 현장이 결국엔 하나로 결합하면서, 한국화단에서 보기 드문 그림이 탄생했다. 더구나 그림과 함께 시를 펼쳤다. 동양시론에서 말하는 시화일치론(詩畵一致論), 시화일률(詩畵一律)을 유감없이 보연준다. 그녀의 시 역시 소박하고 솔직하면서 재미있다. 화려한 수사를 걷어낸 단순미가 반짝이는 그녀의 작품은 그 자체로서 꾸밈없이 하나의 예술로서 오롯이 우리의 안목을 상큼하게 넓히고 있다.
그녀가 그린 아득한 시골 풍경은 단순 소박하며 신선하다. 그런 미감은 흡인력 있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마치 한국의 밀레 같은 그림이랄까. 어쩌면 7,80년대 국정교과서에 나오는 그림 같기도 하다. 옛날 시골 장터에서 보는 사주책의 그림 같기도 하지만, 그 모든 걸 넘어서는 김순복 고유의 그림이 주는 질감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그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행복한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