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모 시인은 사랑을 노래하는 사랑밖에 모르는 사랑의 시인이다. 시집 『울고 싶을 때 우는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의 전도사로서 사랑을 향한 복음福音을 온몸으로 쓰고 있다. “누군가에게/ 내 어깨를 내줘 쉼터가 될 수 있다면/ 난 행복하겠네// 누군가에게/ 내 무릎을 내줘 편히 쉴 수 있는 자리가 / 난 정말 행복하”다고 하는 그는 사랑을 받기보다는 주는 쪽에서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시인이다. “뒹굴어 지나간 그림자를 간직한 채/ 여름의 수마 웅덩이에 쌓여 있는 그 모습을 보며// 울어 줄 수 있는 나는/ 그 울음을 즐기고 가는 중이다/ 허무하게 흐르는 세월의 변방에 선” 시인은 과거의 흔적들을 웅덩이라는 자성自性의 거울을 바라보며 울고 있다. 그러나 슬픔과 허무를 달관한 수용자로서의 울음이기에 그의 심상은 여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반석 같은 의지의 시인이다.
“내겐 나와 같은 친구가 있네// 어떤, 어떠한 일에도/ 그는 내 곁에 있네//…// 훗날 그는 내 곁을 떠날 준비를 할 때/ 나도 그를 따라서 아마도 떠날 걸세/ 우리는 그만큼 가까운 친구이기 때문이라네”(「그림자」). 이 시에서 보듯 권영모 시인은 흔히 말하는 알량한 사랑 타령과 결별하는 허무하지만 따뜻한 심상을 가슴에 지닌 생을 달관한 시인이다. 이제 살았거나 죽었거나, 남은 나뭇가지마다 눈물 머금은 채 바라보는 울보 시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궁금해질 뿐이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춘파春坡 권영모 시인은 공주의 시골 마을에서 늦둥이로 태어나 시詩도 문학文學도 정식으로 접해본 경험도 없는 삶이었지만, 유년 시절 부모형제의 영향으로 서예, 시조 등을 일상처럼 접하며 성장하였습니다.
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지만, 가정 형편상 문학에 대한 꿈을 접고 일찍이 상경하였습니다. 온몸으로 청소년기를 보냈고, 문학을 동경하며 섬유무역산업 일선에 뛰어들어가 해외를 수없이 드나들며 충실한 가장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유년 시절부터 싹튼, 짝사랑 같은 문학과 시에 대한 열병을 앓으며, 다시 시를 찾았습니다. 이제 권영모 시인은 붓과 펜을 잡으면서 마음에 평화가 왔고 행복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 사랑하며 시를 쓸 시인의 작품을 읽어보시면서 사랑을 찾으러 가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