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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녑 (황금알 시인선 322)
지은이 : 박수현
출판사 : 황금알
발행일 : 2025년 9월 30일
사양 : 144쪽 | 128*210
ISBN : 979-11-6815-125-3-03810
분야 : 황금알 시인선
정가 : 12,000원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답지만 슬픔을 준다. … 이 시집의 시편들은 슬픔과 아름다움의 중첩을 실현하고 있다. 메아리로 들려오는 사라지는 것들의 소리는 아름답게 울린다. 그것은 둘둘 말려 응축되어 숨어 있었던 기억을 펼치면서 울리는 소리다. 기억으로 응축된 삶을 펼쳤다 접는다는 건, 삶의 시간들이 주름져 있기 때문이다. 아니, 박수현 시인은 ‘세상’ 자체가 주름져 있다고 생각한다. 주름이 그가 지닌 형이상학의 핵심 이미지다. … 시인이 정육점에서 산 ‘서너 근’ 처녑에는 “갈무리된 전 생애의 중량”(「처녑」)이 담겨 있다. … 처녑은 ‘울음의 겹’과도 같은 것이었다. 시인은 이 ‘울음의 겹’이 우리 사람에게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 처녑 같은 “울음의 겹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 그 ‘울음의 겹’은 시인이 살아왔던 주름진 시간들이다. 기억을 통해 펼쳐질 접혀 있는 과거의 시간들. 처녑을 “씹을수록 싱싱해지”듯이, 자신의 기억을 씹으면 생생하게 그 시간들이 펼쳐질 것이다. 울음소리를 내며, 아름답고 슬프게. 박수현 시인에게 시 쓰기란 그렇게 기억을 천천히 씹으면서 살아온 삶의 시간들을 펼치는 작업이지 않을까.   

- 이성혁의 해설 「주름, 또는 기억을 위한 음화와 양화」 중에서


보통 사람은 시력詩歷이 늘어감에 따라 욕심도 커지기 마련이지만 박수현의 겸손과 중용의 의태意態는 늘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모범적이다. 굳이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이 시집의 모든 글이 곧 그녀이고, 그녀의 生이 곧 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삶의 ‘주름과 기억’을 시인이 어떻게 되새김하고 있는지는 이성혁 평론가의 멋진 해설을 탐독하면 될 터, 나는 단지 그 주름을 만들어낸 원천적 심상에 쓸쓸한 눈길이 간다. 시집 전체를, 혹은 그녀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상실’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잃어버리고 없는 것, 그리고 곧 잃어갈 것들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도난당한 나’라든가 ‘금이 간 유리’라든가, 낡아가는 ‘묵헌종택’ ‘돌아가신 어머니’나 ‘오탁번 선생’ 등. 그러니까 지금 그녀의 걸음에 동력이 되는 것은 실상 ‘상실’인 셈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읽는 이의 마음에도 가닿았으면 한다. 흔들림에 맞서 詩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는 시인께 경의를 표하며, 슬픔이 어떻게 주름이 되는지, 그리고 그 주름이 어떻게 기어코 다시 우리를 일으키는 힘이 되는지, ‘아코디언처럼 접혔다가 수평선처럼 쭈욱’ 펼쳐질 그녀와 우리의 미래를 지켜볼 참이다. 아, 첨언 한 마디, 시가 너무 길어지는 시절에 곳곳에 놓인 짧은 시들이 ‘납매臘梅 한 포기’처럼 눈길을 끈다. 요런 수작秀作들만 모여 있는 또 한 권의 시집을 기다려 본다.

- 천서봉(시인·이마건축사무소 대표)

박수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사범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2003년 계간시지 『시안』으로 등단. 

시집 『운문호 붕어찜』 『복사뼈를 만지다』 『샌드 페인팅』과

『티베트의 초승달』 등 3권의 연합기행시집이 있음.

제4회 「동천 문학상」 수상.

2011년 서울문화재단 작가창작 활동지원금 수혜.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2025년 서울문화재단 원로예술인창작기금 수혜. 

현 시인협회 중앙위원 및 한국디카시 서울양천지회 회장.


blog: 수수꽃다리에 대한 기억 

       (http://blog.naver.com/hyunbee7)  

e-mail: hyunbee7@hanmail.net

1부  


강릉·10

칠월·11

처녑·12

무한계단육면체·14

등·16

미음·18

나팔꽃·19

납매臘梅·20

새장·21

똥을 위한 사소한 반성·22

지금·24

누가 나를 이 숲에 혼자 세워놓았나·26

김치전·27

돌의자·28

빨강을 고백하다·30

파본破本·31

주름들·32

꽃기린·34

천년수담千年手談·36

보라를 헹구다·39

그 집·40

칼레이치의 유리창·42

산딸나무·44


2부    


슬픈 알리바이·46

기별·48

슈바비슈할 중세 인형 박물관·50

우물, 십일월·52

사춘기·54

우산·56

처서處暑·57

자술연보·58

소행성 B-612·60

묵헌종택·61

피팅룸·62

벚꽃 유감有感·64

예후豫後·66

능소화·67

쥐똥나무·68

앵두·70

시집詩集·72

그·73

구멍가게·74

텀블위드·76


3부  


이른 눈·78

섬·80

묵언默言·82

중이염·83

두루치기 백반·84

흉터·86

나팔꽃·87

그 남자·88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90

동지·92

적막의 둘레 한 뼘·94

창문 잎사귀들·96

차경借景·98

신행 오는 날·100

남산 돌부처·105

무인옷가게, 압구정·106

김치밥국 끓이는 아침·108

로즈힙·110

산양유 요구르트·111

늪·112

버슨분홍으로 저렇게 봄날은 가는데·114

나비국수나무·117


해설 | 이성혁 

주름 또는 기억을 위한 음화와 양화·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