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애리의 시집은 5부로 짜여 있는데 시집을 읽다 보면, 같은 시인의 시집 같지 않게 시의 질료도, 음색도, 표현방법도, 내재한 의도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시가 많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가 이 시인의 다면체적 성격의 내적 에너지, 내지는 새로운 시도에 목적을 둔 도전의 결과라고 보고 싶다. 그래서 이 시집의 매력은 여러 곳에 산재해 있지만, 오랜 세월 뉴욕 근교에 살면서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을 좋아하고, 다른 예술 그룹과의 교류를 이어왔기 때문인지 주저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방향을 탐색하는 용기가 곳곳에 보인다. 모쪼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보고 듣고 만지는 체험을 통해 언어적 긴장을 획득하고, 아름답되 독자적이면서 자유분방한 시적 공간을 구축해 나가는 개성 강한 시들을 계속 만들어나가기를 부탁을 드린다.
- 마종기(시인)
곽애리 시인의 시에서는 아침이슬이 흰꽃이 되어, 영롱한 물방울이 마치 푸른 비단 위를 구르는 신비가 만져진다. 여름 나무 잎새를 스치고 나는 실바람에 몸을 적시게 한다. 일상에 접하는 모든 사물이 시에 이르는 경지에 이른다. “그날 밤/ 잠 못 이루고 천장에 박아놓은 박제된 눈동자 위에 매달린/ 붉은 눈물방울/ 쌀자루”(「쌀」 부분). 시인의 마음이 순수하다 못해 여름 아침 공기다. 시적 감수성이 눈이 부신, 그 무지갯빛 맑은 방 속으로 누가 감히 길을 낼 생각이나 하겠는가. 언제나 곽애리 시인의 시는 흰꽃이 금강석이 되는 현장을 연출한다.
- 김정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