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의 시 세계는 손쉽게 요약하기 힘들만큼 넓고 깊다. 시인의 시편이 보여주는 매력은 일차적으로 안정적인 언어능력, 언어운용에서 비롯한다. 섬세한 관찰력과 신선한 상상력을 갖춘 그는 때로는 은유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언어를 구사함으로써 독자의 마음에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파문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최준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고, 삶의 가치를 성찰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얻는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에 의하면 “당신과 같은 것들을 믿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진짜 대화가 아니다.(Real dialogue isn’t about talking to people who believe the same things as you.)” 참된 대화,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의 영토를 확장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것들을 믿는 사람들과의 스스럼없는 대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한 길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다. 최준의 시를 읽으며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독자가 많아지기를 소망하는 이유 역시 다르지 않다.
- 권온(문학평론가)
최준
1963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1984년 『월간문학』, 1990년 『문학사상』(시)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조)에 당선했다. 시집으로 『너 아직 거기서』 『개』 『나 없는 세상에 던진다』 『뿔라부안라뚜 해안의 고양이』 『집에 관한 명상 혹은, 길 찾기』(3인 시집), 『슬라브식 연애』(3인 시집), 인도네시아 번역시집 『Orang Suci, Pohon Kelapa』 등이 있다.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2020년 충북 우수창작활동 지원사업자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