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회고담을 쓰듯 남의 시집에 너무 길게 사설을 늘어놓은 것 같다. 이제 그녀의 시 한 편을 읽으며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일요일이니까/ 청춘이니까/ 청춘은 헛발질을 하니까// 청춘에 대해 생각해 보면/ 왜 청춘은 일요일일까/ 벽을 들이받고/ 튕겨 나오는 화요일이나 수요일이 되지 못할까// 지구의 기분이 공이라면/ 공은 습성이니까/ 무작정 텅 빈 곳을 향해 튀어 오르고 싶으니까// 웃음소리가 잦아지면/ 이놈의 청춘은 세상에 거처가 없어/ 늘 둥글둥글 구르다가// 일요일 한나절을/망할 자식들처럼/ 그냥 환히 헛발질이나 하고 마니까 - 「공이 튀는 이유가 뭐겠어?」 전문
어느 일요일, 학교 운동장 같은 데서 공을 차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본 모양이다. 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구르고 헛발질 하는 젊음을 밝고 환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오늘 우리의 젊음들이 안고 있는 아픔과 고민을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쓸쓸하게 그려 놓았다.
이 시는 그리 오래 전에 쓴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달 전인가 선생님 시 썼어요, 하며 인터넷 메일로 보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뭘 써놓고 이러나? 시 한 편을 쓰면 퇴고도 할 사이 없이 보내오는 급한 성미인 터라, 그 까닭에 나로부터 늘 지청구를 먹으면서도 그녀는 언제나 내게 보내놓고 보는 게 일쑤였기 때문이다.
남해 쪽 저 먼 어느 섬에서 태어나 썩 유복하게 성장하지는 못한 그녀의 청춘시절, 어느 한 그늘이 이 시에 차라리 ‘환하게’ 배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재미있었다. 어느새 이렇게 쓰는구나. 불현듯 그녀가 말하는, 헛발질이나 하는 그런 일요일의 지구로 나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다.
잘 썼다고 답장을 보냈다. 명확히는 그녀가, 그녀의 공이 튀어 오르는 이유에 대해 답을 하지 못하는 대로, 나는 그러나 이 시를 좋아한다. 어느덧 마흔을 넘겼지만, 아직 청춘에서 멀어진 거리가 아니어서인지 이런 시로써 그녀는 가끔 나의 늙음을 행복하게 절망시킨다.
- 김윤식(시인·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