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에 난 벌레 구멍은 벌레가 지나간 길이며 나뭇잎의 상처이다. 그러나 벌레 구멍으로 보면, 영화를 보는 것처럼, 주변의 모든 것은 어둠으로 차단되고 한 대상만 특별하게 부각된다. 그때 우리가 늘 보아오던 사소한 일상은 신기한 것으로 변화한다. 김미옥 시인은 벌레 구멍으로 보기를 통해 별 볼일 없는 삶과 일상을 특별한 놀이로 변화시킨다. 그 구멍으로 본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벌레가 가는 길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우리의 자질구레한 일상과 삶은 처음 보는 세상처럼 새롭고 생생하게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그의 시가 어두운 기억, 슬픈 현실, 내면의 상처를 얘기해도 그 목소리는 밝고 힘차고 생기와 활기가 넘치는 것이다.
- 김기택(시인)
김미옥 첫 시집인 『어느 슈퍼우먼의 즐거운 감옥』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시인의 일터인 한 지하슈퍼에서 일하며 만나는 사람 사물 혹은 이런 저런 사건들을 쓴 시들이다. 그는 다른 모든 직업인처럼 자신이 만든 감옥인 그 반 지하 슈퍼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시인이기까지 하다. 해서 남들에게 일용할 생필품 혹은 양식이 되는 것들이 그의 시적 대상, 즉 그의 재규어가 된다. 그는 남들처럼 각고의 노력으로 얻은 즐거운 그의 감옥인 슈퍼에서 종일 진열된 물건들을 관찰하고 값을 기억하고 이런 저런 손님들을 만나고 그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거기에 숨어 있는 신의 글, 즉 시를 찾아내려 애쓴다.
- 이경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