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다면 모든 곁가지를 치고 요설을 뺀 시를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칫 내용의 불충실과 문맥의 단절을 가져올 수도 있고 언어유희에 떨어질 우려도 있으며 웅혼한 시적 분위기를 마련치 못하는 소품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기에 해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집니다.
유년기에 그러하였던 것처럼 성년이 되어서도 나의 영혼은 늘 상처를 입었습니다. 노년이 된 지금도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그것은 외적 충격일 때도 많지만, 내면의 불안과 허위로 인한 가책일 때도 많습니다.
“시 쓰기”라는 작업을 통하여 나는 상처를 치유받고 위안을 얻고 다소의 자기 정화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바라건대 이러한 시쓰기가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증표가 되고 시를 읽어주는 세상의 어느 친구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시 쓰는 마음입니다.
- 시담詩談 「위안과 치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