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시인과 그의 시는, 이 다신과 유일신의 이야기를 닮았다. 그는 사람이고, 여성이며, 어머니이고, 교사이다. 이 말을 신화적으로 풀이하자면, 그에게는 섬겨야 할 수많은 다신들이 존재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사람으로서 감당해야 할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책무들은 다신들의 하나였다. 가족과 자식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다신이었다. 교사의 얼굴로 살 때는 교육과 학생들이야말로 섬겨야 할 대상이었다. 짐작컨대, 그는 기꺼이 섬겼고 섬기고자 했으며 섬겨왔다. 그리고 지금, 오랜 시간 동안 엮여왔던 ‘다양한 섬김들’은 이제 유일한 ‘한 섬김’의 시간으로 종속되려고 한다.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는 한 섬김으로 향하는 움직임의 증거이다. 모든 다신들에 대하여, 그가 충분하고 적절하게 섬겨왔던 모든 세계에 대하여, 비로소 유일신의 도래를 선언하고자 이 시집은 탄생했다.
- 나민애(문학평론가)
김선아의 첫 시집 『얼룩이라는 무늬』는 꽃 중의 첫 꽃, 빛 중의 첫 빛인 양 뜨겁고 놀랍고 눈부시다. 붉게 달구어진 열망이 거침없이 굽이친다. 「자서」에서부터 거의 전편이 시詩를 향한 꿈꾸기와 사랑으로 넘실댄다. 삶이라는 일상에서 찢기고 핏물 진 ‘얼룩’을 보듬으며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를수록 시인의 사유는 깊어지고 시는 스스로 빛을 낸다. 기막힌 역설이다. 그렇다. 그는 세상이라는 바다에 낚시를 드리워 놓고 자신이 꿈꾸는 시가 첫 무늬 첫 물결로 펄떡이며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덫을 만나면 덫을 한 번 더 밟아서라도 기어이 그 상처와 어둠을 합하고 곱하면서 알몸의 시를 찾아 순례자처럼 헤매고 헤맸다. 그리하여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의 원형질을 찾고는 잘 여문 시를 여기 펼쳐 놓았다. 장차 그가 형상화할 시의 집은 타래난초처럼 향이 섬세하면서도 가시를 숨긴 장미처럼 강렬한 서정의 화법으로 우뚝 설 것이다.
- 김추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