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생명의 절정이자 실체이다. 화초 이름에 ‘꽃’을 붙여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식물의 뿌리와 줄기나 잎도 오로지 꽃을 피워 내기 위해 진력盡力한다. 꽃을 피워야 열매를 맺고 바로 그 열매는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씨앗이기 때문이다. 공영해가 노래하는 ‘꽃’에는 삶의 고통과 인내와 향기의 이야기로 수런대고 있다. “햇살도/ 하얀 재채기 (「마삭 길」)”로 어깨를 들썩이고 “젊은 격정의 날들 부둥켜 얼싸 안고(「수크령」)” 묵묵히 험한 길을 헤쳐 나간다. “가랫톳 끓는 목울대 소문들이 흉흉했다(「소나무야」)”는 걱정에도 “활짝 핀 시간의 향기 꽃숲 가득 넘치(「아카시아 꽃숲에서」)”고 “화엄을 남 먼저 피워 봄을 여는(「별꽃 경전」)” 장관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고 여린 미물에서 우주 같은 인간의 고해를 고스란히 읽어낸 시인의 눈은 마치 광목천왕廣目天王의 부릅뜬 눈처럼 엽렵하다. 그래서 “루핑집 낮은 판자촌(「가마우지」)”은 물론이거니와 “떨칠 것 다 떨치고 차라리 흙 속에 눕는(「진달래 꽃불」)” 숙연한 삶의 끝자리까지 손을 내민 공영해의 푸근하고 시퍼런 가슴을 만나는 것은 무척이나 벅찬 일이다.
- 정용국 (시조시인)
공영해의 시집 안에는 수많은 꽃들이 향기를 뿜고 있다. 시 제목만 일별해도 노랑제비꽃, 양귀비, 봄까치꽃, 낚시제비꽃, 참꽃마리, 별꽃, 해국, 수국, 메꽃, 아카시아, 봉선화, 감국, 진달래, 얼음꽃, 시에미밥풀꽃 등이 등장한다. 내 짧은 식물학 지식 탓이겠지만 이 중에는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꽃도 있다. 함께 열거하지는 않았지만 “히어리 노오란 꽃그늘”이라는 것을 보아 ‘히어리’도 꽃 이름임에 틀림없다. 꽃을 싫어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마는 특별히 시인에게는 무슨 꽃이든지 만나는 꽃마다 “새롭고 향기”롭다.(「시인의 말」) 그는 이 글에서 꽃은 바로 자신의 “시이며 사랑”이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생의 덤을 얻”었다. 시인은 그 구체적 사연과 소회는 가슴에 묻어둔다. 그러나 그 후부터 만나는 꽃마다 “더 절실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 호병탁(시인·문학평론가)
공영해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모과향에 대한 그리움』, 시조집 『낮은 기침』 『천주산, 내 사랑』 『아카시아 꽃숲에서』와 삼형제 문집 『방앗간집 아이들』 2권이 있다. 창원문인협회, 가락문학회, 포에지 창원 회장을 지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조문학회, 사설시조 포럼, 계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락문학상과 경남예술인상을 수상하였다. 창원의 경상고등학교에서 35년 간 우리말글을 지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