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수 시인에 따르면 삶은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인은 우리에게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늘 견지하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시인의 중요한 시적 주제이다. 애비와 엄마를 포괄하는 부모는 자식과 대비되면서 사랑을 구현하는 긴요한 시적 소재가 된다. 특히 아비 또는 아버지는 숭고미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강흥수 시인은 인생의 황혼기를 슬기롭게 맞이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었고, 진정한 안식처로서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은은한 어조로 역설하였다. 그런 까닭에 독자들로서는 그가 펼칠 앞으로의 시 세계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대단하지 않을 수 없겠다.
- 권온(문학평론가)
강흥수 시인은 시집 『마지막 불러보는 그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현재 『아비』까지 여섯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대체로 한국시단에서 삼 년마다 시집을 내는 경우라면, 분량면으로 볼 때 상당히 부지런하고 성실한 시인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결과물에 대한 경로를 역으로 추적해 보면, 한 달에 두 편 정도는 완성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세무공무원으로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시에 대하여도 올곧은 정신으로 성실하게 시를 써왔고, 늘 시를 가슴에 안고 있다. 그러니까 그의 속주머니마다 시가 있다. 강흥수 시인은 만날 때마다 말없이 시를 나에게 보여주고는 했다. 그의 시는 소박하고 누구나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이루어졌다. “…아비는/ 고개를 들고 살아갈 수 없는 죄인”(『아비』)이라는 시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아픔을 위로하는 시로 읽힌다. 어쩌면 진부한 소재이지만, 그의 시와 삶이 진솔한 과정을 거쳐서 빚어진 이 시는 남녀의 성을 떠나서 쓸쓸하고 외로운 이들에게 바치는 헌시로도 좋을 듯하다. “어느 한 곳 마음 둘 곳 없는 마음의 방랑자”로서 아비는 시인의 운명과도 연통하면서, 새로운 시를 위해 방랑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이것이 시인의 길이니까.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