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연 시인의 시가 표출되는 계절의 자리는 봄이다. 시가 본래 자신의 마음자리를 표출하는 것이라면, 강지연 시인의 마음자리는 봄이지만, 그 봄은 밤이거나 꿈이다. 그래서 봄이라도 어둡고 아득하다. 밤은 이미 어두워 봄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꿈은 지금 현실이 아니다. 이 어둡고 아득한 세계를 불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 미망의 세계이며, 해탈을 얻지 못한 사바의 세계이다. 그래서 그 봄들이 “중생들의 원(願) 위로/날마다 살찌고//가벼워져 간다.”(「탑 2」) 이렇게 본다면 결국 강지연 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자리의 궁극적 세계는 이 미망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미망의 세계에서 벗어나 완전한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라 하겠다.
-성선경(시인)
강지연 시인의 시편들은 일월산수(日月山水)의 상형문자를 거느리며 구름을 타고 해는 서쪽으로 지고 달은 동쪽에서 뜨는(一落西山 月出洞, 「적막」), 불변의 진리를 심오한 시안(詩眼)으로 직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답적인 진리를 쫓는 것이 아니고, 그 진리를 만나면 죽이고, 죽일 수 있다고 믿는 그 진리마저 뿌리째 뽑아내려는, 불굴의 다라니꽃을 피우려는 흔적이 돋보인다. 강지연 시인의 시집 『소소』에서 거느리고 있는 시편들은 돌올한 시정신으로 용맹정진하며 중도(中道)의 길을 만들지만, 관성의 길이 아니라, 길 위에서 수행하는 만사의 가지들을 쳐내는데 거침이 없다. 즉 방법론적으로 시를 생산했지만, 궁극의 지나온 길을 지우고, 그 방편의 가지마저 미련없이 버리고,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연기(緣起)조차 유감없는 발본(拔本)을 발휘하고 있다. “한없이 앗겨도/ 아깝지 않은 내 사유(思惟)의 넋이”(「구름」)듯이 시인의 자유로운 영혼은 바람이 그물에 걸리지 않듯, 길을 만들어도 지나온 길을 지우고, 허공의 꽃을 피울 뿐이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강지연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1990년 『시와의식』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금등 하나 켜고』 『화두』 등이 있다. 경남여류문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경남펜문학과 마산문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마산시 문화상을 받았다.
1부
구름·12 가시고기·13 밤 숲에서·14 아카시아·16 은의 뼛속에 푸른빛이 서린다·17 적막·18 평상심·20 달 아래·21 시의 거리·22 천년 후에는·24 아침 소묘·26 물레·27 불망기 1·28 불망기 2·29 삼도천 건너갈 때·30 북천에서·32 생일·33 구름 위의 산책·34 가을의 기도·35 풍경·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