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화의 시는 아버지와 아들, 할아버지와 손자, 할머니와 딸로 대변되는 가족의 소중함을 피력한다. 시력詩歷 30년에 이르러 비로소 시인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는 그의 겸손한 고백은 우리를 숙연케 한다. 바라건대 최일화 시인이 펼치는 사랑의 시학이 앞으로도 더욱 넓고 깊게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 권온(문학평론가)
최일화 시인의 억양은 백석을 닮았다. 백석이 노래한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듯, 시집 『그의 노래』에는 시적 대상인 그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시편들은 평이한 시어로 담담하게 과거를 도란도란 회고하면서 아련한 추억의 심연으로 인도한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목례만 하고 방으로 들어갔더니/ 많은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문상」). 이 시는 친구의 죽음과 남은 가족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렸지만, 끊임없이 반복하는 삶과 죽음의 진공을 보여준다. 특히 목례나 술을 마시며 고개를 숙이는 행위는 비슷하지만, 각자의 순리에 순응하는 숙임일 것이다. 떠나간 동무와 외로운 고향을 그린 “소식도 없는 동무 생각에 논두렁에 봄볕이 호젓하”(「찔레꽃」)듯 쓸쓸한 정조를 보이지만, “찔레꽃 하얗게 피워놓고 고향은 짙푸르다.”라고 말함으로써 종착역에서 다시 푸른 설렘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행 지난 아버지의 겨울 잠바를 입고/ 지난했던 한 생애의 궤적을 잠시 따라가” 보듯이, 최시인은 옛것에서 현재의 삶을 반추하며 평범에서 위대한 궤적을 만드는 장인의 솜씨를 빚어낸다. 그는 이미 오랜 방황과 인고의 세월을 거쳐 황금빛 열매 거두어야 할 때를 귀띔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