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고요가 자동 저장되는 월요일 아침, 비에 젖은 생각을 건져내 자꾸 빨아 볕에 널어둡니다. 생각은 길을 잃고 잘못 들어선 골목을 돌아 운동화 끈도 묶어보고 건널목에 멈춰 서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쳐다보고 옆구리에서 간당간당 자라는 풀씨도 만져봅니다. 시인은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들에게 나직하게 말도 걸어보고 의미를 건져내면서 살아 숨 쉽니다. 그 소리는 결코 크지 않지만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어느 날, 메울 수 없는 구멍 때문에 가슴에서 소리가 나면, 백선오 시인의 시들을 만나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 신미균(시인)
백선오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담백한 성격을 지닌 시인은 쉽게 흥분하거나 떠들썩하지 않고 차분하게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내 안에 불을 켜든 ‘실존의 나무’ 덕분에 시인은 사소한 것의 사소하지 아니함에 감사하면서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온 행복을 느끼며 ‘월요일 오전’을 맞이한다.
- 김용길(문학평론가)
백선오 시인의 첫 시집 『월요일 오전』의 특징은 ‘어중간’이라는 좌표를 그리고 있다. 줄 끄트머리에서 맴돌며 맨 앞줄을 포기한 철저한 중간자리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중간자(中間子)의 입장이다. 이는 중용(中庸)사상에 닿아있다. 스스로 중용의 미덕을 가진 시인의 눈은 사물을 더욱더 객관화하면서 낮고 여린 것들을 사랑하며, 사라지는 것들을 따뜻하게 포섭한다. 중간자의 연대의식은 끊임없이 타자를 포옹한다. “풀씨 하나 날아들었어요/ 옆구리에서 간당간당 자라더라고요/ 바람 부는 날 풀잎이 얼굴을 간질이네요/ 좋았어요/ 옆, 옆의 옆/ 온몸에 간지럽게 돋아나는 풀”(「풀씨」)처럼 온몸으로 연대한다. 그는 자신마저 거리를 두고 객관화하면서 다시 연대한다. “목련 지는/ 어느 봄날 오후처럼// 비밀스럽게 늙을 것”(「시치미」)이라고 다독거린다. 드디어 시인의 시안(詩眼)은 천지간에 서서 노래한다. “춘향이도 보았을까/ 갈매기가 거꾸로 나는 모습을// 하늘이 바다를 눌러버린 풍경/ 바다가 하늘을 밀어버린 풍경”(「그네」)까지. 앞으로 백선오 시인의 노래가 어디까지 울려 퍼지는지 궁금하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