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병이 따로 실재한다고 생각하면, 병은 따로 있게 될 것이다. 우리 각자가 지닌 ‘신성한 마음’ 속에 ‘병’이란 게 깃들 리 없을 것이다. 아집과 망상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것들이 무슨 병을 일으킬 리 만무하다.
- 「병」
홀로 가는 이 길이 결코 헛된 길은 아니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에 꼭 붙들려 매어 사는 인간으로서, 일상의 사사로움에 ‘사사로움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 사사로움 속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일로 가끔은 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 아직은 미완未完의 인생임을 알아서인 것이다.
- 「기적 수업」
살아왔던 삶의 드라마를 깊이 탐색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무의식의 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업業이다. 더 깊이 살펴보면, 이 삶 전체가 환幻이고, 그러기에 세상 전체가 환임도 환기하게 된다. 뿐더러 환을 환이게끔 알아채게 해주는 주체는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요의 밝은 빛임을 자각하게 된다.
- 「어둠 속에서」
가급적 단순한 삶을 추구한다 함은 아마 내 삶의 목적이 이제부터는 순전히 영혼을 정화淨化시키는 일에 전념해야 된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리라. …… 늘 자신의 순수의지를 작동시켜, 어느 상이든 머물게 하는 일이 없이, 그리고 마땅히 버려져야 할 것은 버려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 「오케이」
인간은 무한을 지나는 과객으로서 그 무한의 의미체인, 우주나 신을 인간적으로 나름 채색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은 없다. 3차원에 국한된 삶을 사는 인간으로서 이러한 의미 추구나 그 지향하는 의도들은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 「설산雪山에 올라」
― 시작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