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는 살아가는 꿈을 통해 진실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갈망하는 적절함이 묻어나야 하며, 고로 그가 쓴 작품들은 타인의 삶에 대한 대리경험이라고도 한다. 금번에 내놓은 김기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고맙다』 역시 대부분 우리 가 스쳤으면서도 무심코 놓치고 온 경험들을 꼼꼼히 재구성한 작품들로 “애초부터 삶은 낯선 것 /낯설게 살자” 등 그 밖에도 「가을 편지」 「모순」 「그물」 같은 작품 등이 같은 맥락에 해당한다. 과장된 난해시의 덫에서 벗어난 독자들에겐 또 다른 친화력을 주는 시집이라 할 것이다.
- 허소라(시인)
세월은 흘러갔다. 하지만 김기화 시인에게 있어서의 세월은 아직 흘러가지 않았다. ‘황조리’에서 시작된 그간의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 아니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 또한 나짐 히크메트의 말처럼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는 날들’ 이라는 화두를 앞세워 팔순八旬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당차게도 선언한다. ‘아직 날아 보지 못한, 나의 빛나는 날’들을 찾아 ‘나의 사랑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라고…… 그가 아직 살지 않은 최고의 날들, 제3시집을 기대해 본다.
- 김동수(시인)
티끌 하나 범접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가는 신조 때문에 그의 글맛이나 말맛이 쓰다. 그래서 나는 세속에 가라앉아 자맥질하지 않는 김기화 시인의 심근心根을 좋아한다. 그의 태생지가 예사로운 지기地氣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완주군完州郡 동상면東上面 사봉리詞峰里 황조리黃鳥里가 그의 금줄 친 마을이다. 마을 뒤로는 연석산硯石山이 병풍처럼 펼쳐있고 앞으로는 신인 묵객들이 말을 매어두고 시와 문장을 논하였다는 시평詩坪이 자리 잡고 있다. 지명을 따라가 보면 벼루 연硯 돌 석石, 글 사詞 산봉우리 봉峰(붓), 귀글 시詩 들 평坪, 누를 황黃 새 조鳥(꾀꼬리)자 등을 쓰고 있다. 예로부터 문文·묵墨·가歌의 맥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천혜의 지리地理에서 김기화 시인이라는 문사 하나가 햇빛을 받았다.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 할 것이다. 어찌 그 땅의 풍수를 어길 수 있단 말인가. 시인이 소년 시절 꾀꼬리 마을 황새목재 너머로 뜨고 지는 달밤의 연연한 시정을 놓쳤더라면 오늘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존재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다. 그의 시가 백제의 토기 같은 질그릇에 잘 담겨져 있다. 가끔 꺼내서 펼쳐볼 가치가 있다.
- 김남곤(시인)
동암東巖 김기화金基化
1939년 전북 완주군 동상면 황조리에서 태어나 1965년 전북대학교 상과대학 상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전북불교대학을 졸업하였다. 경찰공무원으로 재임 중 대통령표창, 근정포장을 받았고, 1998년 정년 퇴임하였다. 2004년 월간 『문예사조』 시 부문 신인상을 받고 문단에 나와 온글문학회, 미당문학회, 석정문학회, 경찰문인협회, 현대불교문인협회, 완주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산 너머 달빛』 『고맙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