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경의 시는 부재를 꿈꾸는 자의 시선에 가 있다. 부재는 사람들이 지는 고정관념과 편안한 자세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암중모색을 더듬는 자의 끝없는 희생과도 같은 것이다. 오세경은 결코 쉬지 않는다. 그의 꿈은 벽화처럼 단단한 암석을 끌어안고 있으며, 한없이 부서지고 무너진 자리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나기를 소망하고 고집하는 그런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 「5 톤 트럭」에서 “나는 오로지 바퀴가 아로새길 무늬들만 상상해/ 상상계는 참 넓고도 아늑하지/ 찰나적이야 구체적이야 오히려 사실적이야”하고 외치는 부재에의 끈질긴 집념이 이 시를 한층 더 빛나게 성숙시킨다. “오-,/ 내게 분홍신을 돌려줘”의 「당신은 변온동물이므로」, 또는 “가벼움과 함께 무심함과 함께 또한 정념과 함께/ 나는 저 타악의 리듬처럼 잠깐의 떨림 텅 빈 고요”의 「기타 등등」처럼, 사유가 무르녹는 시점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 시집이 그의 개인적 체험을 구체화하는 독서량과 부재에의 탐닉, 기존의 틀과 형식을 벗어난 자유로움으로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진정 사랑받기를, 나는 바란다.
- 이수익(시인)
오세경 시인은 천상 詩人이다. ‘詩人’ 속으로 들어가 문을 안에서 잠그고, 스스로 詩人의 詩가 되었다. 오세경의 詩는 그러므로 잠긴 문 안 깊숙한 곳에서 부른 노래이다.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것이, 우주 가장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존재자의 노래가 아닌] ‘존재’의 노래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오세경의 詩는 문밖의 文法을 벗어난 것으로서, 근원적 멜로디, 즉 ‘물자체의 직접적 발현’이다.
- 박찬일(시인·추계예술대 교수)
그녀는 마이너리티로서의 삶을 시인의 숙명으로서 기꺼이 감내하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의 시인이 오세경이다. 그녀는 반복과 변주의 시스템을 전개하면서 조화와 불화의 균형을 추구했는데, 이는 영원한 현재로서의 사랑을 극대화시키는 정점이었다. 시인은 시 「발톱 다듬는 여자」에서 “즐거운 상상으로 슬픔을 털어버리지”라는 발언을 감행하는데, 독자로서는 내부에 유폐된 숨겨진 열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극적인 계기가 된다. 그리하여 삶을 향한 긍정성은 오세경이 지향하는 시 세계의 종착역이다.
- 권온(문학평론가)
오세경
부산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2008년 『시현실』 등단 열여섯 초가을, 하교 후 집 대문 앞에서 의식을 잃다 열병, 막연한 병명으로 불치 판정 반식물인간 상태로 침상생활, 이듬해 늦여름부터 회복 병약한 10대, 학교보다 바다와 책들과 교우하다 갓 스물, 야학(성지, 덕명)에서 국어를 가르치게 되고 니체전집(휘문출판사)을 만나면서 삶, 그 극단의 니힐을 끌어안다 몇몇 뜻밖의 우연들 앞에서 문학에의 시간들을 예감하다 . . . 스물 이후, 내 모든 길들의 배후는 오직 시詩를 향해 뻗어 있었다
내가 젖은 몸을 굽혔을 때·90 풋의 처소·91 산호, 몇 겹의…·93 불멸이라니·95 서해·97 호객呼客·98 그림의 떡·99 화근·100 요술가위·102 물집·104 빈방없음·105 이른 봄 꿈속 당신이·107 물끄러美·108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109 ……젖줄·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