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춘 시인의 이번 시집은 진정성의 보고다. 고통과 즐거움을 건너 얻은 삶의 통찰이기도 하다. 그를 생각하면 늘 79년 그때로 돌아간다. 뿔뿔이 흩어져 서로에게 손편지나 쓰던 그해 가을을 생각한다. 마산 美다방에서 3인시화전을 하고, 이듬해 다시 4인 시화전을 하면서 뭐가 됐든 함께해 보자고 ‘살어리 동인’을 결의하던 그 날을. 철없던 시절의 첫 시집 『칠판지우개를 들고』에서부터 이번 시집 『감나무 맹자』에 이르기까지 40년 가까운 시간의 파노라마를 읽는다. 이 시집에선 하염없이 앓고 지는 꽃술의 노래가 들린다. 지천명을 지나 이순의 시간을 걸어온 길도 보인다. 시의 이랑을 걷다 보면 ‘언어의 대팻밥’처럼 섬세한 숨결을 듣기도 하고 ‘성냥 한 알로 꽃들의 신음을 다독이는 연등(燃燈)’을 만나기도 한다. 온전한 시 한 편을 위해 ‘깎고 들어내고 떼어내’는 과정이 독자를 돌아보게 한다. 장복산을 향한 불문곡직 오체투지의 시업(詩業)에 박수로 힘을 보태고 싶다.
- 이달균(시인)
등단 30년에 이른 이월춘 시인의 詩에는 “내 아득바득 붙잡고 건너온 것이/잎 다 진 버드나무 가지 하나였다”(「강가 늙은 버드나무」)는 삶의 혜안이 번뜩인다. “삶은 어차피 윤사월 간이역 철로 같은 것”(「월인천강」)이라며 쓸쓸함에 젖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서리를 지우며 작고 못난 것들을 만나 위무하고 위로한다. 이런 지혜들을 때로는 자문(自問)하고 때로는 자답(自答) 하며 “다문다문 마음속의 길들”(「돌아다니는 말들」)을 낸다. 세상은 “뿌리 깊은 이해타산(利害打算)”으로 복닥거리는 세계이니, 사람 사는 곳에는 “혼자 울고 싶은 사내들이 저렇게 많다”(「단풍」)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마음 한 자락도 슬쩍 풀어 놓는다. 세상의 사람들은 돋보이는 밝은 빛의 세계만을 지향하지만, 그 스스로는 “그늘의 힘”을 믿으며 묵묵히 걸어왔다. 그 길이 “맑은 이치”를 가르치는 선생 30년의 길과 닿아있다. 참으로 막막하고 참으로 긴 여정이다. 이월춘 시인의 이런 여정에 내 마음 한 자락도 슬쩍 얹어본다.
- 성선경(시인)
이월춘의 이번 시집에 나타난 시적 지향은 참으로 심원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일상 속에 성이 깃들여 있음을 저와 같은 근원적이고 신비한 마음의 상태로 풀어냄으로써 우리 시대의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늘의 마음이라는 것이 결국 혼을 구원하기 위한 점이라는 것을 긍정한다면 시인은 오늘의 물질화되고 타락해버린 우리들의 혼을 구원하기 위해 정신의 엄정과 일상의 성화를 통해 진정한 생명적 가치와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준 것이라 할 수 있다.
- 김경복(문학평론가·경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