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해 시인의 시선視線은 주로 ‘메아리처럼 떠난 지 이미 오래였지만 모른척했던 것’들이거나 지금 나를 떠나고 있는 것들에게 주로 향해 있다. 자개장, 술항아리, 협궤열차, 폐선, 투석 등. 이들과는 ‘서로 보고 있어야 위로’가 되고 ‘살을 비벼야 정’이 든다고 진술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들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푸른 시절’을 그려주며 그와 하나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 소망을 ‘수다할 줄’ 모르는 시인으로 접근해서 더 ‘빛이 난다.’
- 김영남(시인)
시인은 실험적인 스타일과 새로운 의미를 견고하게 결합했다. 또한 그녀는 모든 진정한 인식은 사후事後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정경해의 시는 관찰의 힘과 발상의 전환이 결합된 유쾌한 작품이었다. 콤마의 활용이라는 지극히 세밀한 언어 운용은 시인의 장점이 된다. 비유를 활용한 감각적인 시 세계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가족을 향한 애정을 소박하게 담아내는 정경해의 시 세계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임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 권온(문학평론가)
정경해 시집 『술항아리』를 채우고 비우는 시편들은 겸허한 자세로 뭇 생명들을 사랑하고 포옹하며, 떠난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집약할 수 있다.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는 겸손한 시심은 “그녀의 뱃속으로 끝없이 밀어 넣은 저것들은/ 바로 내 ‘욕심 덩이’ 아닌가”(「미안하다」)하는 반성과 성찰이 돋보인다. 낡은 가구를 투사하여 어머니를 그린 「자개장」은 수작이다. “자개장이 움직일 때마다 꺾인 관절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처럼, 무정물조차 정경해 시인의 시안詩眼을 통하면 울음의 강이 된다. 수성水性을 오롯이 간직한 시편들은 눈물이 말라버린 세상에 오아시스처럼 마른 몸과 대지를 적셔준다. “눈물이 무릎 꿇어 혈관을 기어갈 때 저만치 까치발 띤 네 손짓을 볼 수 있다면// 나는 링거의 주삿바늘을 뽑지 않겠다”(「투석」)라는 의지는, 시쓰기에 대한 마음 자세이며 꺾이지 않는 집념이다. “사내는 밤마다 울었”(「술항아리」)듯이 세상의 사내와 아버지들의 눈물을 기억하고 닦아주는 모성은 얼마나 포근한가. 이제 눈물로 발효한 술항아리의 술이 세상을 위로할 것이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