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온라인문의    사이트맵
2023년 세종도서 교양...
2023년 문학나눔도서 ...
2023년 문학나눔도서 ...
귀띔 (황금알 시인선 115)
지은이 : 김은숙
출판사 : 황금알
발행일 : 2015년 9월 30일
사양 : 108쪽 | 128*210
ISBN : 979-11-86547-10-6-03810
분야 : 황금알 시인선
정가 : 9,000원
귀띔은 어떤 요긴한 사실을 갑자기 낮은 소리로 귀에 대고 속삭임으로써 큰소리로 외치는 것보다 그 강조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늦가을 강천산의 흐드러진 단풍을 보면 안 망가지고 안 무너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유혹의 말이 이 시에는 이처럼 역설적으로 강조되어 있다. 억새꽃처럼 흰 머리칼 휘날리는 옛사랑이나 잎이 져버린 나무에 최후처럼 매달린 붉은 감이 대롱거리는 장면도 그걸 보는 이로 하여금 어서 무너지기를 재촉하는 시적 긴장을 돕는다. 독자들에게 늦가을의 강천산에는 가지 말라고 귀띔을 해주는 이 시의 화자는 단언컨대 거길 다녀온 사람이다. 거짓말을 아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작가가 되는 것처럼 소위 뻥이라는 걸 잘 칠 수 있어야 좋은 시인이 된다고 한다. 뻥이란 두말할 것 없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 시의 화자는 늦가을의 강천산에 가서 무너져버린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무너져버릴 각오 없이는’이라는 말투는 이미 무너져버린 것을 자랑삼는 어법이다. 이 시의 화자는 겉으로는 감추는 듯 귀띔이나 해주는 듯하면서도 늦가을 강천산의 단풍을 만끽하며 자신이 무너져버렸던 것을 공개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그 공개성이 더 적극적일수록 공감의 폭도 그만큼 크고 넓어지기 마련일 것이다. 
- 정양(시인·전 우석대 교수·문학평론가)

김은숙 시인의 시집 『귀띔』을 전하는 시편들은 분방한 흔들림과 리듬, 춤과 장단으로 살아 숨 쉰다. 시편들 안의 기쁨이나 슬픔을 넘어 내재된 음률은 신명을 불러온다. 이 생생한 시어들은 역동적이며 완숙한 관능미까지 덤으로 보여준다. 또한, 타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은 푸지고 살갑다. “햇살 환한 날/ 여자가 찐빵을 만든다/ 멍울멍울 빚은 그녀의 꿈이/ 가마솥 안에서 부푼다/ 부푼 꿈들은 하늘로 오르고/ 하늘 아래 골고루/ 구름도 푸지다”(「빵집여자」). 이 여자의 빵은 그냥 빵 가게에서 파는 빵이 아니라 세상을 먹이고도 남을 크나큰 양식이다. ‘멍울멍울’ 빚은 빵은 그녀의 근심과 걱정이 반죽된 빵이다. 혼자 배불리 먹는 빵이 아닌, 중생에 대한 보살로서의 근심인 것이다. 김은숙 시인의 이타적인 시법은 전편에 걸쳐 섬세하게 스며 있다. “맞서 싸워야 할 적이/ 마음속 어둠이라면/ 새벽을 사”(「새벽시장4」)라고 하는 연작시는 삶의 바닥에서 일어나는 생들을 따뜻한 눈길로 감싸고 있다. 이 시는 “혼신의 힘을 다해 흔들던 춤의 생애였네”(「허수아비의 노래」)와 “엄마와 바다는/ 죽을 리가 없” (「새만금」)는 것과 뜨겁게 연대한다. 군더더기 없는 서정의 시편들은 “구름이 한사코//새떼를 지운”(「구름」) 것처럼 명징하다. “나무들이 초록 저울로/ 구름의 무게를 달고 있”(「나뭇잎 저울」)듯, 허虛를 실實로 환치하는 시법은 경이롭다. 누구나 무너지기 싫고, 잘 나가기를 원하는 세상에 “무너질 각오 없이는 행여/ 늦가을 강천산엔 가지 말”(「귀띔」)라고 한 건, 바로 무너짐이 시인됨일 것이다. 무너져서 보이는 세상과 시는 분명 새롭게 다가올 것이므로, 벌써 김은숙 시인의 다음 시집이 기다려진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김은숙

1990년 『현대문학』, 2003년 『지구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세상의 모든 길』 『귀띔』, 수필집 『그 여자의 이미지』 『길 위의 편지』 『그 사람 있었네』 등이 있다. 새천년 한국 문인 상, 전북문학 상, 전북시인 상 등을 수상했다. 국제 펜클럽, 한국문협,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 시인협회, 『현대문학』 수필 작가회, 금요시담 회원이다.
1부  달 속에 들다

저어새·12
달 속에 들다·13
나뭇잎 저울·15
한옥마을의 저녁 풍경·16
아득히 파닥이는 소리·17
구름·18
새벽시장 1·19
새벽 시장 2·20
새벽시장 3·21
새벽시장 4·22
아중역·24
허수아비의 노래·26
춤·28
낚싯대를 드리우다·29
어머니의 부엌·30

2부  그 섬
  
세방 낙조·32
큰 엉·34
포구·35
해일 1·36
해일 2·37
고동·38
사진 속에 눈물 남기고·39
그 섬·40
호미곶·42
영일만에서·43
배 한 척·44
순천만의 봄·45
새만금·46
외도의 꿈·47
비탈길 오르면 옹달샘 있네·48

3부  귀띔

휘파람소리·50
인사동에서·51
귀띔·52
그 얼굴을 만지다·54
못·55
흔들리는 것들은·56
기다림·57
푸른 갈대·58
그 산골에 가면·59
일몰·60
꿈틀거리다·61
연꽃·62
거미줄·63
말·64
마지막 열차·65

4부  저물녘     
  
서울 시청역에서·68
저물녘·69
외앗날의 가뭄·70
그녀의 풀섬·71
겨울나무·72
옹이가 되다·73
쟈베르·74
시월의 연지·75
수술·76
소각장 이야기·77
그랬으면 좋겠다·78
별·79
긴급 상황·80
초여름의 삽화·81
빵집여자·82

■ 해설 | 정양        
한몸이 되고 싶은 시와 노래·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