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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월포(芬月浦) (황금알 시인선 111)
지은이 : 서상만
출판사 : 황금알
발행일 : 2015년 8월 31일
사양 : 136쪽 | 128*210
ISBN : 979-11-86547-06-9-03810
분야 : 황금알 시인선
정가 : 9,000원
서정이 시의 기본이라 하는 것은 너무 피상적인 말이다. 서정이라 해도 그것이 그리는 대상이 아니고 들이쉬고 내쉬는 숨의 몸통이고 살이 움직이는 진동일 수 있을 때 그 자리는 삶의 전부일 수 있다. 삶의 자리는 도시나 산천만이 아니고 목쉰 듯 컬럭대며 몸살 앓는 바다, 발버둥치는 샛바람 소리로 우는 바다, 해변 돌무덤 뒤에 모로 앉아 우는 갈매기, 사람들도 나도 사시장철 물두렁에 이는 파도로 우는 분월포 고향 마을. 여기에서 울음은 하나의 경탄이다. 이 마을도 큰 자연이다. 자연 안에서 가난의 구체성들이 사건처럼 이어진다. 타향에 나갔다가 잠시 돌아오면 낯익은 조각달이 반긴다. “고작 빈손으로 왔는데” 떠날 때는 늙은 해송이 배웅한다. 나도 얼마 뒤 잦아드는 저 허연 물때처럼 사라질 것인데. 고향 마을에 가난들이 비백처럼 널려있다. 왕대울타리 속 누더기 이은 슬레이트 지붕, 어린 시절 시장기를 때우던 하얀 떼찔레꽃 길, 마른 미역을 방 가득 쌓아두고 천하제일부자처럼 잠자던 아버지 코고는 소리, 빈손으로 돌아온 나. 그래도 등대처럼 외로워도 호미곶 바닷가 돌밭에 해마다 작은 소나무를 심는 형님, “다녀가라고” 편지를 한다. 솔 향이야 먼 천년에 맡긴다고 한다. 먼 천년에 솔향기를 심는 마음은 영원을 사는 정신이다. “천지가 다 잠자는 밤/삼대리 마애불 깨워/經을 같이 읊자는/저 풀벌레 소리” 이것도 영원에 이어지는 소리다. 작은 목로에 앉아 누리끼리한 사기잔의 잔주름을 보고 “주모에게 물었다/이 술잔 좀 됐네?/기거 우리 죽은 영감 먹던 기유!” 하는 대화, 이것도 영원에 이어지는 삶의 한 구체적 사건이다. 자연 속 가난한 삶들에 관해 서상만 시인은 말한다. “삶이여/이것도 역사라고 받아 적진 마라”(자서 2). 그러나 하도 제대로 되어가는 일이 없는 오늘의 세계 현실을 보자. 비인간적 물질주의와 패권 싸움과 끝없는 거짓이 범람하는 공간에서 무엇을 역사라고 기록할만한 것이 있는가. 바닷가 파도가 쉴 줄도 모르고 포말의 비백을 드리우는 비움과 영원을 향해 소리치는 삶들을 오히려 역사로 수렴해야하지 않겠는가.
- 구중서(문학평론가)

그의 시는 생의 의미를 천착하는 형이상학의 세계로 비상한다. 그러나 따분한 설교조의 언설은 아예 그의 체질이 아니다. 그래야 옳다. 최고·최상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시도 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생의 허무, 삶과 죽음의 무상함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유로 환원되고 마는 것이 보통이다. 그림은 우선 아름다워야 한다. 파도소리 끊임없는 바닷가, 달빛 일렁이는 보리밭의 언덕배기, 그 아래 대울타리 쳐진 작고 가난한 집, 철학적 관념은 바로 그 집의 조금 열린 삽짝에서 새어 나와야 한다. 우리는 이런 관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아마 시인이 「귀향」했을 때 이런 정경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게 또한 우리의 삶이 아닌가. 바로 이런 정경이 삽짝에서 새 나오는 아름다운 관념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 호병탁(문학평론가)
서상만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수학하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시간의 사금파리』 『그림자를 태우다』 『모래알로 울다』 『적소謫所』 『백동나비』 등과 동시집 『꼬마 파도의 외출』 『너, 정말 까불래?』 등이 있다.
제1회 월간문학상, 제13회 최계락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메일 ssm4414@hanmail.net
1부  오독誤讀의 바다

자서自敍 1·10
자서自敍 2·11
자서自敍 3·12
반월半月·13
여념餘念의 바다·14
바다 철학·15
소라고둥·16
오독誤讀의 바다·17
부챗살·18
신들린 날·19
저녁 바다·20
꼭 돌아갈 것이므로·21
눈물의 무게·22

2부  관음觀音의 길    
  
조각달이 불러내어·26
세상에 없는 집·27
파도치는 이유·28
구만 친구·29
보살 1·31
보살 2·32
관음觀音의 길·33
끝출이와 석방우·34
답답한 날·36
갈매기 굿판·37
대동배·38
그, 봄 바다·39
돌비석 하나·40

3부  그리운 호미곶

갓길·42
과메기·43
빈 배·44
능노는 물이랑·46
근황近況·47
그리운 호미곶·48
채곽기採藿期·50
미역밭에서·52
바다 저울·53
밤바다·54
소실점消失點·55
보릿고개·56
차마, 할 수 없는 말·57

4부  돌아온 꿈     
  
영일만 구만리·60
풍찬노숙風餐露宿·61
나의 미역 돌 바다·62
고향길·64
북소리·65
명당자리·66
사선을 넘어서·68
형님·69
수평선·70
잃어버린 시간·72
호미곶 편지·73
불면·74
돌아온 꿈·75


5부  관심송觀心頌 
  
귀향·78
북새구름·79
숙熟·80
침류枕流·81
저승은 춥데·82
허무의 섬·83
그늘에서 잔광을 보다·84
헌옷들·85
좀 낫게 잡수시다 가시려면·86
겨울 바다·87
무심산無心山 산지기·88
각角·92
종착역·93
관심송觀心頌·94

6부  구름놀이     
  
구름놀이 1·98
구름놀이 2·99
구름놀이 3·100
구름놀이 4·101
구름놀이 5·102
구름놀이 6·103
구름놀이 7·104
구름놀이 8·105
구름놀이 9·106
구름놀이 10·107
구름놀이 11·108
구름놀이 12·109
구름놀이 13·110

■ 해설 | 호병탁 
파도에 얹힌 하얀 나비·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