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의 시집 『하오의 숲』은 적어도 다섯 가지 이상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 첫째 「늙은 이발사의 생각」에서 보여주고 있는 고난과 분노가 삶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비대칭적 사회에 대한 따뜻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나에게로 가고 싶다」에서 나타난 본향本鄕에 대한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로서 정서적 윤곽, 「하오의 숲」에서는 동양 정신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만나는 무위無爲의 향기, 잔상殘像」에서 남긴 허虛와 명明이 주는 암시의 시학, 「낙타의 길」에서의 물질계와 정신계 사이에서 드러난 부드러운 마음의 실체, 「뒷모습」에서 보여주는 유有와 무無에서 오는 화和의 정신 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각각 다른 분류가 아니라 모두 조승래 시를 형성하고 있는 커다란 사유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펼쳐질 그의 개성적 풍광이 기다려진다.
- 유재영(시인)
조승래 시인은 산 한두 개씩 짊어진 낙타처럼 사라진 사막을 지고, 돌부처 앞에 무릎 굽혀 절하며 묻는다. 이 길이 그 길이냐고, 홀로 화두를 던지고 혼자 답을 찾아서 떠나는 시인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외롭고 높다. 뜨거운 가슴으로 나무의 숨소리를 듣는 시인의 시詩의 나이테가 궁금하듯, 앞으로 태어날 조승래 시인의 시를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시집 『하오의 숲』을 흐르는 길은 구도자적인 성찰과 각자覺者의 아우라가 함께하는 만큼, 대상이 계몽적으로 현시顯示될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견자見者로서 - (나의 혼은 늘 멀리 가지 못하고/ 지금은 늙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감나무 아래를 맴도는 것이다// 그게 단지/ 집을 지키고 있다는/ 그 하나만의 반가움으로) - 무구한 심상으로 시의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아름다운 집 한 채를 완성한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 |
조승래 시인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2010년 『시와시학』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몽고조랑말』(동학사), 『내 생의 워낭소리』(시학), 『타지 않는 점』(시학) 등과 에세이 『풍경』(미지애드컴) 이 있다.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퇴임하여 현재 아노텐금산(주) 대표와 단국대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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