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신 시인은 구체적 체험과 상상을 아름답게 직조시키는 데 매력이 있다. 그의 체험은 직접 온몸으로 더듬어 캐낸 짙푸른 산하 곳곳에 뿌리박고 있으며, 그의 상상은 한없이 뻗어 나가 지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하여 던져져 있다. 그는 강원도의 깊고 높고 외진 산골에 버려져 있는 듯한, 그러나 결코 버린 적 없는 그 풋풋한 삶 속에 가깝게 다가가 있으며, ‘맨살의 후박나무 거칠게 울음 우는 서거차도西巨次島’나 ‘노령蘆嶺의 국사봉 아래’처럼 자기 자신을 키워낸 고장에 대한 진득한 그리움이 그려져 있다. 이 커다란 두 봉우리가 임형신 시인을 두루 감싸고 있으며, 또한 그의 시세계에는 환경과 폐사지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그의 시는 ‘어쩌면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내면 풍경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얼핏 하게 되는 것이다.
- 이수익(시인)
임형신 시인은 지상의 목마른 것들을 안아주는 물 같은 시인이다. 그중에서도 깊은 계곡을 흘러내리는 가을물 같은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생을 관조하는 깊은 흐름이 있고 물소리가 있다. 가을 물은 흘러가면서 세상의 소리들을 듣는다. 그는 지상의 세속 공간으로 변해버린 ‘번잡림’을 지나 “화전민이 이고 가다 내려놓은 길” 옆을 나란히 흐르기도 하고, “해묵은 할머니 기침소리만 남겨두고 대처로 떠돌던 아버지가 내려놓고 다닌 산”의 지형을 읽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지러운 산자락을 지나는 가을물의 눈은 여전히 맑고 깊다. ‘감로산 기슭 숨어있는 샘’ 같은 시인은 세상의 도처로 흐르고 흘러 물을 찾아다닌다. 그가 찾아다니는 물은 곧 시다. 그의 시가 맑게 고여있는 샘에는 “지나던 새 물 마시고 과꽃 내려와 물 마시고 초록 뱀 건너와 물 마신다”. 이처럼 그의 시는 늘 자연과 한 몸을 이루면서 숨어있는 숲의 소리를 찾아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 박남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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