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탁 시인은 참으로 시의 체온이 따뜻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 우선 손으로 인사를 나누고서 눈빛으로 체온으로 전달하듯이, 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다감한 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들깨를 털며」 「자반고등어」 「아버지의 말뚝」 「호박」 등 새 시집 『술 취한 바람을 보았다』에 들어갈 시편들을 바라보면, 그의 정직한 기풍과 서정성, 설득력 있는 화법들이 고루 잘 집약되어 있다.
「들깨를 털며」에서는 그것은 처음 ‘총총하게 여문 새들의 눈알’이 되었다가 ‘산란하는 대구의 알들’로 비화했다가 ‘툭툭 화두처럼 내던지는 사리 같은 살점들’로 변신하면서, ‘끈적끈적하고 기름진 상처’ 또는 ‘위대한 생산의 집’으로 되돌아오는 그 과정이 퍽 섬세하고 비약적이기까지 하다.
「박」이란 시에는 더욱 뛰어난 형식과 발상을 보여준다. 박 하나가 달이 되고, 그 달이 알을 낳고, 박꽃들이 이슬에 젖은 알을 품어주는데 그 달에서는 달 냄새가 났다는 과정이 밀도 높게 서정화 되어 있어, 이런 깨달음이면 훌륭한 시의 재목으로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김시탁 시인의 새 시집 출간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한다.
-이수익(시인)
김시탁과 나는 ‘시친구’에 앞서 술친구다. 시집 제목이기도 한 그의 시 ‘술 취한 바람을 보았다’의 네 번째 연은 내가 몸으로 썼다고 우기고 싶다. 어느 시인은 술을 하지 않는 사람과는 사귀지 않겠다고 했는데, 나는 오랫동안 그와 좋은 친구이고 싶다. 우리 앞에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를 생각해보곤 하는데, 가능하면 그 시간의 끝까지 친구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술을 오랫동안 먹는 방법’이라도 연구해야할 것 같다. 그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시를 버릴 것이다. 아니 시를 놓아줄 것이다. 친구로서 그도 그러기를 바란다.
- 김승강(시인)
김시탁 시편들은 일관성 있게 잘 연결되어 있다. 이미지가 선명하고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담백함으로 마치 흩어진 구슬을 잘 꿰어서 둥근 목걸이를 만들 듯 시의 집을 지었다. 한편, 왜소한 한국시단에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를 내는 동편제 소리를 들었다. 그의 미덕은 시와 사람이 하나 되는 대장부로서, 시인으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담대하고 담박한 시는 사邪가 설 자리 없이 자체로서 던지면 시의 나무로 쑥쑥 자랄 거 같다.
김시탁은 몸을 아끼지 않는 시인이다. 이때 몸은 몸과 마음 언어의 집결로 봐야 한다. 그는 시를 쓰는 데 있어 세 가지를 미련 없이 던지고 온몸으로 시에 투신한다. 선천적으로 풍부한 시의 성량을 타고난 그는, 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빈혈의 추억도 간직하고 있다. 그만큼 여리고 아린 감성도 두루두루 잘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동편제의 목소리 안에 실핏줄처럼 살아 움직이는 정조는 다시 태어날 시를 두근거리게 할 것이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