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은 그의 시에 여러 가지 미학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사물의 철저한 의인화나 생경한 언어의 다양한 사용으로 우리를 환몽의 세계로 몰입시키거나 혹은 과거의 거리를 서성이게 만드는 특별한 시적 효과는 눈여겨 볼 점이다. 시인은 선명하고 명징한 심상으로 독자의 맘에 육박해가기 위해 이처럼 사물의 구체적 명칭을 찾는다. 그 수효까지 명시하며 사물을 구체화시킨다. 거명되는 사물들에게는 생생한 인간의 정이 가득 담기게 되는 것이다.
- 호병탁(문학평론가)
이상훈의 시를 읽으면 이상하다. 이 이상한 노래는 낯선 몽환의 세계로 인도하여 사람과 동식물에 관계없이 삼투작용이 일어난다. 소리로 태어난 시어의 농도가 회통會通하는 시점에서 화자는 사라지고 시 자체가 서로 어울려 잘 논다. 한마디로 시와 연애를 잘하는 시인이다. 그는 시공을 초월하여 대상을 자유자재로 불러내어 복화술사처럼 얘기한다. 마치 신들린 무당처럼, 바로 옆에서 소곤거리다가 어느새 구만리장천을 날아갔다 와서 봄비에 떨어지는 꽃잎이 된다.
시집 『나비야 나비야』를 부양하는 그의 목소리는 소월의 여성성과 맞닿아있는데, 세상의 외롭고 쓸쓸한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피라는 꽃은 아니 피고 피었다는 꽃은 아니 보여서/ 붉은 저녁노을만 한 짐 등에 지고 쓸쓸히 돌아왔다”(「슬픔에 대하여」)에서 보듯 욕망하는 꽃을 포기하고 말없이 지는 노을을 등에 진 건 이 시의 백미다. 하여, 소인국 나라의 가난한 시인 달팽이님에게 띄우는 편지는 이 시집의 고랑을 적시며, 이룰 수 없는 연애의 애틋함으로 흐른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