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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은 잠들지 않는다 (황금알시인선32)
지은이 : 최을원
출판사 : 황금알
발행일 : 2009년 11월 30일
사양 : 120쪽 |128*210
ISBN : 978-89-91601-74-1-03810
분야 : 황금알시인선
정가 : 8,000원
최을원 시인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충북 보은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를 쓰는 행위’나 ‘시를 읽는 행위’란 궁극에 가서는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 시인이 들쑤셔놓은 주체의 공간 속으로 타자의 공간이 겹쳐지는 것, 그리고 마침내 공동의 체험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시적 진정성이다. 최을원 시인이 여전히 “이명”에 시달리거나 “횡단보도”에 갇혔다고 느끼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방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짐승처럼 끙끙거리다 끊임없이 자기를 복제하는 방”속에서 “오늘도 그는 하루 만에 반생을 주파한” 사람을 생각한다. “전부를 한꺼번에 갖고 튄 자의 뒤편”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장 어렵고 먼 길”(「이명, 길 위에 서다」)이기 때문이다. “늘 앞서 가던 사람도 뒤돌아서서/낯선 시간의 뒷모습 처음으로 보거나 오랫동안 본다/한 사람 뒤돌아서서 펴 보이는 손바닥엔/벌겋게 녹슨 대못이 박혀있다”(「계단 위의 사람들」) “녹슨 대못”은 고도로 정제된 자기만의 고백형식이다. 그의 시편 속에는 비현실이나 초현실이 등장하지 않는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 또는 허구적인 유사함이 있을 뿐이다. 구차스런 의식세계의 장광설이 없고 복잡 미묘한 시의 구조로 불편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최을원의 첫시집을 읽으면 저마다 무한으로 달려가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백현국(시인, 문학평론가)

그의 시가 숨겨놓은 비처들이 그러하듯, 사석에서 만나는 그 또한 과거 지향적이다. 풍상을 다 지나온 나무처럼 그가 지난날의 밑동을 들쳐 보여줄 동안, 나는 그저 그의 꼬장꼬장한 열 오른 상처들이 저마다 환히 빛나는 것을 건너편에 덩그러니 앉아 들여다볼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분명하게 증명할 수 있다. 얼핏 차가운 것처럼 보이는 그의 시들이 실은 온몸으로 앓으며 체험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것임을. 그의 시들이 앓는 열병이 거리에서 옮이 온 것임을.
따라서 나는 별 수 없이 그의 과거들이 가진 냄새들, 가령 찐득한 땀내나 변두리 골목의 후미진 고시원 등이 거느린 텁텁함 따위가 그의 시들을 빛나게 하고 발효시키는 것들임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은 그의 그런 성향들이 마음에 차지 않아 은근히 내색할 때도 있지만, 결국 그는 내 못미더움마저도 미래의 동력으로 되돌려 쓸 사람이다. 진정한 시란 과거-체험-에서 비롯된다고 믿는, 대체로 그는 그런 것들만 신봉하는 사람이다.
- 임재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