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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침묵 (황금알시인선30)
지은이 : 강세환
출판사 : 황금알
발행일 : 2009년 9월 25일
사양 : 142쪽 | 128*210
ISBN : 978-89-91601-67-3-03810
분야 : 황금알시인선
정가 : 8,000원
강세환 시인은 1956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났다. 1988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개척교회? 외 5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월동추? ?바닷가 사람들? ?상계동 11월 은행나무?와 에세이집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펴냈다. 현재 서울 상계동 혜성여고 교사로 일하고 있다. 박세현 시인이 쓴 발문은 다음과 같다.

신이 인간에게만 선물한 것 두 가지. 외로움과 선교사 체위가 그것. 외로움이 삶의 헛것을 날것으로 돌려놓는다면 선교사 체위는 윤리의 차원을 유지시키는 방편이다. 외로움을 살면서, 시인은 그 삶을 순순한 시적 체위로 필사해낸다. 지나간 청춘, 사람다움에 대한 환타지, 흩어진 인연을 위한 애도가 아니라 상실한 대상을 향한 열망이 고장 났다는 회한의 대면이 시집을 채운다. 시인의 시는 그래서 우울증의 전신이고 전심이며 그것을 통한 또는 거기에 포획된 자기 증상의 일관된 구축이다. 수락산을 오르거나 중랑천을 걷거나 동해안을 헤매는 시인의 걸음과 역사 속 허공에 매달린 시인들의 환영에 자신을 덧씌우려는 면벽공사는 시인의 마음 벽에 투사된 스크린과 동일한 차원이다. 언제나-이미 시인의 속을 교란하는 원인이자 대상도 그것이다. 시행의 강박적 반복, 괄호의 사용, ‘혹은’과 같은 불확정적인 접속어의 선택은 형식을 통한 자기 방어와 다르지 않다. 마음이 기울어진 각도가 시 해독의 의미 있는 단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는 시적 주체의 마음이 흔들린 진폭의 반대편이 궁금하다. 너무 많이 말해짐으로써 감추어진 이면 말이다. 늘 김수영에 관해 궁금했으나 차마 김종삼에게 물어보지 못한 무엇이 겉돌 듯이 시집에 기입된 문자와 그 정서의 틈이 넓고 깊을 때 시는 체외 수정된다. 없는 대상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는 듯이 시의 공간에 과잉으로 붙어있기 때문이다. 시집을 횡단하고 있는 저음부의 정서가 시적 대상과 우울증적 동일시의 시선 속에 고정되면서 초월적 열정이 작동하는 지점도 이 근처다. 면벽이 시인의 시적 우울증을 상연하는 스크린이라는 점은 잘 알겠지만 외로움의 핵심이 생생하게 대면되기보다는 너무, 자주, 쉽게 감춰진다. 말의 뒤편으로 미끄러지는 문자의 환영이 맨얼굴로 나타나거든 시인이여, 자기 안의 타자와 허벌나게 한판 붙으시라. 그 동네에 시가 숨었다는 풍문을 엿들은 적이 있다.
- 박세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