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이동재 시인은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다. 그 따뜻한 시인이 따뜻한 언어를 포기하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풍자와 딴죽과 이죽거림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재 시인의 풍자의 언어는 칼이 되어 세상 속물들의 목을 치지 않고 화살이 되어 우리 가슴에 들어와 박히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문득 스치는 바람이 되어 꽁꽁 싸맨 우리들의 옷 속을 파고들어 감춰진 가식과 위선을 들춰내지만 아무런 폭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물러나고 없다. 그래서 신랄하고 거침없는 언어를 구사하지만 그의 시에는 모두 어느 정도의 슬픔이 배어 있다. 세상을 풍자하고 풍자하는 자신을 또 풍자해서 결국은 허무의 힘을 보여주는 시들이 읽는 우리를 다시 풍자한다. 추방당하고 실직하고 거세당한 말들이 다시 일어나 마음속에 바람을 일게 한다. -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