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과 현상의 본질을 투시하고 간파하여 명징한 구체성을 띈 이미지로 조형해내려는 노력을 보여준 김영탁 시인. 그의 이번 시집에는 옹이가 박힌 듯한 투박함과 아울러 나무 속을 흐르며 솔잎을 피우는 수액이나 송진 같은 차고 끈끈한 시정신이 흐른다. 더러는 이 세상을 시의 적대적 텍스트로서 구겨버리고 싶다는 포즈를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양떼구름이 단청 속에 들어가 / 풀을 뜯고 있다"는 데서 볼 수 있듯 차라리 고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를 조형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