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언어는 필연적인 것같이 보이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W.B.예이츠’의 말처럼 양시연의 언어는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을 되비추거나 토설함으로써, 심리적으로 무관한 대상이 아니라 자기의 삶에 의미를 던지는 실존적 상황을 그려낸다. 손말을 통해 사고와 존재를 통합하려는 시인의 언어는 또 다른 소재인 일상(제주의 자연과 풍물, 종교와 가족)에 대한 시편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서정시에서 자아와 세계는 상호 융합하고 침투한다. 구성요소 간의 밀접도가 선명해지고 독자와의 소통도 원활해진다. 양시연의 이번 시집은 이러한 정조情操 속에서 쓰여진 ‘손말’에 대한 보고서이자 감각感覺의 촉수로 일상과 소통해온 시인의 첫 고백이라 하겠다. 시인의 첫 고백이 독자의 영혼 속에 어떤 계속성으로 남게 될지 모르지만 오래도록 남은 유적지처럼, “파도에 부서지고 물벽에 멍들어도/ 나에게도 ‘도대’ 같은 그런 사랑 있었으면/ 백 년을 기다려 주는 그런 사랑 하고 싶다”라는 시인의 바람이 도댓불처럼, 오래 남는 유적처럼, 시의 현장을 지키는 불빛으로 더욱 뻗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 강영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