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창조와 재창조는 모방한 형식과 새로운 형식 사이의 투쟁”에서 나오는 것, 특히 “자동성에 굴복 말아야”(파스칼 브퀴르네르) 한다는 전언을 깊이 새겨본다. 시조라는 정형성의 조건이 자칫 자동성에의 굴복 같은 안주로 이어질 우려를 지닌 까닭이다. 쇄신의 명제가 더 어려운 정형의 미적 쇄신, 그것은 한 권의 시조집을 묶을 때마다 더 크게 더 많이 보인다. 이전의 시조집에서 얼마나 새롭게 깊어지거나 넓어지거나 나아가고 있는가. 그런 질문이 끝까지 자신을 괴롭히며 다음 여정을 일깨우는 것이다.
『서너 백년 기다릴게』는 그런 고뇌 어린 여정에서 길어낸 김소해 시인의 가편들을 더욱더 깊이 보여주는 시조집이다. 이 글에서는 주로 악보에 담지 못한 노래들이나 그늘이 물든 소리의 뒤를 따라 거닐며 시인의 발견과 발화를 함께 즐겼다. 하지만 이런 작품보다 더 풍성한 시인의 모색과 발화가 있으니, 그런 편마다 많은 기울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깊숙이 귀 기울이는 가슴들과 더불어 더 그윽한 울림이 이어지길.
- 정수자(시인·문학박사)
김소해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1982년 『현대시조』 초회추천 1983년 『현대시조』 2회 추천완료, 198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시조)로 등단하였습니다. 시집으로 『치자꽃연가』 『흔들려서 따뜻한』 『투승점을 찍다』 『만근인 줄 몰랐다』 『대장장이 딸』 등이 있습니다. 성파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이호우 이영도 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선정 ‘올해의시조집상’ 등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