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있어 보폭 즉 시야를 넓힌다는 의미는 어떤 의미일까. 집에서 해안도로로 해안도로에서 다시 오름으로. 그뿐인가 이제는 시인의 주변들에게까지. ‘비자림 남동쪽 1킬로미터 남짓의 거리에 우뚝 솟은 매끈한 풀밭 오름. 비단 치마에 몸을 감싼 여인처럼 우아한 몸맵시가 가을 하늘에 말쑥한. 행정구역상 세화리에 속하며 서쪽 일부가 송당리에 걸친. 송당리 주민들은 “저 둥그런 굼부리에서 쟁반 같은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달맞이는 송당에서 아니면 맛볼 수 없다”라며 마을의 자랑거리로 여겼다’던. 그 다랑쉬오름에 오늘은 시인이 섰다. 자녀 부축받아가며 산행을 하는 팔순 노인. 숨죽인 듯 숨죽인 듯 저 사발 하나가 달을 품고서 보름달을 기다리고 있다. 다랑쉬오름이 고승사영감인지 고승사영감이 다랑쉬오름인지는 몰라도 자연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그래서 오름을 두고 ‘식게 때 반 받듯’ 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싶다. 어쩌면 여기에서 우리는 시인이 이번에 낸 두 번째 시집의 제목을 ‘다랑쉬오름’이라고 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뉘 볼까 숨겨왔던 숨죽인 사발 하나. 더 나아가 그 사발이 이제는 이 온 우주와 하나의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결국 보폭을 넓힌다는 말은 이 우주의 주인이 우리 자신이 아니라 자연이 그 중심이 되었을 때 저절로 우리 자신은 그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그 중심이 될 수 있는.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길이 아닐는지.
- 송인영(시인)
오창래
1955년 제주 우도 출생, 2016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