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현장이다. 거기 바람이 지나가고 물결이 치고 눈비가 내린다. 시는 쓸 때의 서정이고 쓸 때의 형식이므로 가로지르는 경우의 수를 다 거머쥐고 갈 수가 없다. 이론에는 이론가의 오기가 있는데 시인에게는 그만이 이행하는 현장적 몸부림이 있다. 오기와 몸부림의 거리를 인정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는 서정과 반서정의 통합을 기치로 ‘풍경보’라는 지점을 정하고 부단히 시를 써왔지만 그 사이 풍경과 사물이 정물처럼 놓여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역사, 때로는 사랑의 현장이 되기도 하면서 굴절과 경계의 선을 넘나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글의 제목을 「서정과 포괄의 시학」으로 잡고 운신의 폭을 넓혀 놓은 것이다. 이해가 되시는 분들은 지긋이 웃어주시면 좋겠다.
- 강희근
강희근
1943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1966년 공보부 신인예술상)로 등단했다. 시집, 시선집 『리디아에게로 가는 길』 외 20여 권이 있고, 저서로 『시 읽기의 행복』 외 14권이 있다. 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가톨릭 마산교구 기획, 가톨릭출판사 간) 등이 있다.
펜문학상, 김삿갓문학상, 고흥군송수권시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특별상 등을 받았다.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인문대학장, 대학평의회의장,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협의회 부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월간문학 편집인을 역임하고, 제78차 베오그라드 국제펜대회 한국대표로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