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택 시인은 대체로 소소한 일상에서 시의 제재를 얻고 있다. 일상에서 마주친 작은 울림을 시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고 상투적인 풍경묘사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일상적 대상과 현실을 새롭고 신선한 의미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감동을 들려준다. 그의 이러한 시적 역량은 미세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로 구축해내는 이미지 형상 능력 덕분이다.
또한, 시 창작의 에너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강한 동일성의 상실감에서 유발된다는 사실을 증언이라도 하듯이, 동일성의 회복을 위한 끊임없는 자아탐색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바로 김병택 시인의 그러한 회복에의 열망을 담아낸 시작품을 통해 엿들으면서 공감하고 감동하며 치유받는 것이다. 그의 시가 하는 말이나 시적화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처음에 제기했던 질문, 즉 ‘시를 왜 읽는가?’에 대한 어렴풋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 백운복(문학평론가)
김병택
제주시에서 태어나 1978년 7월호 현대문학에서 문학평론이 천료되어 문단에 데뷔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86년에는 동국대 대학원에서 「한국 초기근대시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김수영·김춘수 등의 시와 시론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30여 년 동안 시인론·시론·작가론·비평론·지역문학론·지역문학사·지역예술사·비교문학 등의 분야를 천착했다. 저서로 『바벨탑의 언어』 『한국 근대시론 연구』 『한국 현대시론의 탐색과 비평』 『한국문학과 풍토』 『한국 현대시인의 현실인식』 『제주 현대문학사』 『제주예술의 사회사』(상,하) 『현대시의 예술 수용』 『시의 타자 수용과 비평』 등이 있다.
다시, 2016년 『심상』(시)으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꿈의 내력』 『초원을 지나며』 『떠도는 바람』 『벌목장에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