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서귀포에 가야겠다. 시집 속에 나오는, 그립고 서럽고 외로운 처처곳곳을 아무래도 직접 봐야겠다. “누게 가렌 헤시카(누가 가라 했나) 누게 오렌 헤시카(누가 오라 했나)”라는 슬픔의 애잔함에도 상傷하지 않고, 기쁨에도 지나침이 없어 현현玄玄으로 육화한, 믐빛 그윽한 무늬를 찾아봐야겠다. 그러니 시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한 권 들고 제주도를 가야겠다. 제주도를 제대로 보고 와야겠다.
진시황의 사자使者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러 이곳을 다녀갔다 해서 서귀포가 됐다는 “서불과지徐市?之”의 설說은 아무래도 틀렸다. 내 보기에 “승철과지承哲?之”라야 맞겠다. 서귀포에서 나고 자란 오승철 시인은 발이 닳도록 서귀포를 돌고 또 돌고, 서귀포를 노래하고 또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그의 시가詩歌가 있어서 “서귀포 칠십리 밤이 귤빛으로 익는” 거 아닌가.
- 박제영(시인)
오승철
서귀포 위미에서 태어나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겨울귤밭」으로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시조집으로 『오키나와의 화살표』 『터무니 있다』 『누구라 종일 홀리나』 『개닦이』 등 네 권을 펴냈고, 단시조 선집으로 『길 하나 돌려세우고』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사고 싶은 노을』 8인 8색 시조집 『80년대 시인들』 등을 냈다. 중앙시조대상, 오늘의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받았다.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의장을 지냈다. osc3849@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