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원고 첫 장에 시집 제목 『아내』 쓰고 바로 아래에 “그 향기로운 이름 앞에 이 시집을 바친다.”고 작품집필의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어 둘째 쪽에서는 ‘노을꽃’이라는 이름으로 시인의 말을 피력한다. 그는 여기에서 평생 “기다림과 헌신으로 일관해” 온 아내에게 “그 흔한 사랑이란 말도” 못하고 오히려 “무덤덤해 하거나 투정”을 부렸다고 미안해한다. 그것은 “한 인간에 대한 모독”이었고 “가혹한 일이었으며 시련”이었고 “무례며 학대였다”고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 이런 마음으로 시 101편을 썼다고 밝힌다. 시인은 이글의 마지막 부분을 어떤 아름다운 서정시 못지않게 빼어난 문장으로 자신의 심경을 비유하여 토로하고 있다. “벌써 땅거미가 진다. 산기슭으로 어둠살이 밀리고 바람 소리가 스산하다. 계곡으로 그림자들이 깊게 쏠리고 산봉우리에는 노을꽃이 눈물방울처럼 핀다. 처연히.” 그리고 “오 그 사람 내 아내 우렁각시여!”라는 영탄의 말로 글을 마감하고 있다.
- 호병탁(시인·문학평론가)
최명길
1940년 강릉에서 출생해 강릉의 물을 먹고 자랐다.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5년 『현대문학』에 시 「해역에 서서」 「자연서경」 「은유의 숲」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접사』 『풀피리 하나만으로』 『반만 울리는 피리』 『은자, 물을 건너다』 『콧구멍 없는 소』 『하늘 불탱』이 있고, 109편의 명상시집 『바람 속의 작은 집』과 디지털영상시선집 『투구 모과』를 펴냈다. 만해 ‘님’ 시인상, 한국예술상, 강원도문화상(문학 부문),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산이 좋아 2002년 40일간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2003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산을, 2005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포행했다. 그 후 『산시 백두대간』을 10여 년 동안 어루만지며 속초에 우거해 살며 시의 탑을 쌓았다. 최명길 시인은 은자적이고 구도자적인 자세로 자연과 교감하며 극대·극미묘의 오묘한 자연의 세계를 통해 깨달음의 씨앗을 얻고자 하였다. 그 씨앗을 시의 그릇에 담아 맑게 틔워 가꾸기 위해 한생을 바쳐 고뇌하며 정진하였다. 2014년 5월 4일 향년 75세에 병환으로 별세하였다. 2016년 5월 7일 속초시 영랑호반에 최명길 시인의 시정신을 기리는 시비가 건립되었다. 유고시집으로 『산시 백두대간』 『잎사귀 오도송』 『히말라야 뿔무소』 『나무 아래 시인』이 있다.
너와 나·12 눈부심으로·13 나무 해인·14 첫 포옹·16 하늘의 장난·17 사랑의 제물·18 용구새·19 멀리서 보면·20 화채봉과 산똥·22 수레와 마부·24 홍반 이슬·26 부분과 전체·27 아기집·28 첫 말문·30 당신의 마음 뜨락·32 눈 흘김·33 녹두꽃잎 무늬·34 초가을 밤 앵속이 싸르르 타는 듯한·36 마지막 편지·38 돌나물김치·40 축복·41 암나사와 수나사·42 눈물·43 영원한 어머니·44 거리·46 작은 여울·47 장 담그던 날·48 오징어배를 타던 날의 기억·50 별거·52 갈대꽃·53 비를 좋아하는 사람·54 내가 모를 일·55 이쪽과 저쪽·56 토담집·58 하얀 길·60 쇠뜨기꽃·61 어떤 새벽·62 서낭당 아래 청밀밭·64 그 나무·66 태풍 끝나고·67 당신에게 드리는 예물·68 각시붓꽃 피었던 자리·70 처가·71 장마 오기 직전의 하늘·72 물 안의 아내·73 초례청·74 저녁 강가·76 호롱불·78 사주·79 출생기·80 푸른 빛 푸른 세계·82 봄눈 내린 다음 날·84 홀로 타는 사랑·86 방울토마토·87 갑자기 문이 열리면·88 너와 함께라면·90 새아기·91 여우불·92 새벽 달항아리·93 그녀 가슴에 도는 아지랑이·94 유리보석·96 그 사람 마음이 급하게 움직이니·97 노랑만병초꽃·98 조양동 새마을 단칸방·100 산·101 두루거리상 바닥의 물고기·102 좀싸리꽃·104 홀로 손님·106 꽃융단·107 젖·108 모과 한 알·110 얼레지꽃·112 아내의 기도·114 슬픈 알몸 덩어리·116 그 아이·117 빚 물던 날·118 딸은 창조의 신·119 황홀한 몸을 알고부터·120 괭이밥·122 열쇠·123 소방울집·124 누워 백일몽·126 피·127 당신의 행복·128 금강석·130 내 가슴에 묻혀서 슬픈·132 한밤에 부르는 노래·134 백로의 춤·136 내 청춘에게 붙이는 시·138 우리 빙모님 첫 살림집·140 물고지엿·142 암소·143 오 눈물 같은·144 아가, 이렇게 된 것은·145 성 우파니샤드·146 최초의 투명한 빛·148 흑룡강변 엉겅퀴·150 보름달이 초생달 될 때까지·152 오직 하나인 당신·153 아내, 나의 신부·154 아가의 여행·156
* 해설 | 호병탁 놀라운 눈, ‘현빈의 진리’와 ‘똥 덩어리’를 조화롭게 함께 보는·158 * 최명길 시인의 연보·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