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은 꼬장꼬장하다. 친구나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경우에 벗어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언제나 그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살았다. 시도 그렇다. 그런 면에서 그는 和而不流(화이불류), 즉 화합하여 품되 한통속이 되지 않는 꼿꼿함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의 풍파를 견디고, 불의와 낯섦에 예순의 세월을 건너다보니 그게 참 힘이 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리라.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왜」)’다고 고백한다. ‘따뜻한 가슴이 없는/기계 소리만 요란하다(「로봇시대2」)며 결국 인간성 회복의 지향으로 나아간다. 강추위가 닥쳐도 향기로운 봄을 기대하듯, 잘못된 세상을 바꾸는 힘의 근원은 궁극적으로 상호존중과 배려, 공동선을 위한 개개인의 헌신과 희생에 있다고 믿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바로 시인이니까. 세상이 다 어둠에 싸여 있어도 누군가는 정신을 차려서 세상을 껴안고 세상을 깨워 함께 나가야 한다고 믿으니까. 저주와 적개심을 버리고 따스한 봄기운의 사랑을 심고 싶어 밤마다 불면에 시달리며 찬 소주잔을 드는 시인 이규석.
‘뜨거움도 차가움도/ 비바람도 견뎌내며/ 탄탄히 뿌리내리고 내려/ 비로소/ 피어나는 꽃들의 저 아름다움(「상처」)’처럼 그의 나라가 임했으면 좋겠다.
- 이월춘(시인)
이규석 시인은 생존의 ‘갑·을’ 관계 속에서 늘 ‘을’의 입장에서 세상의 부조리를 본다. 신자유주의 사회 속에서 작은 공장(하청업체)을 운영하다 공장의 일용직으로, 시한부의 삶을 살며, 동네북으로 구조조정을 당한다.
이름 모를 별처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전봇대처럼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시인은 도시의 변두리에서 잠 못 들며 ‘회의’의 생리통을 시로써 앓고 있다. 우우우 목마른 울음을 울고 있다.
- 이순일(시인·함안 군북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