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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山房 (황금알시인선1)
지은이 : 정완영
출판사 : 황금알
발행일 : 2010년 4월 30일
사양 : 136쪽 | 128*210
ISBN : 978-89-91601-80-2-03810
분야 : 황금알시인선
정가 : 8,000원
白水 정완영 시인은 1919년 경북 금릉군 봉산면 출생하여 1923년 문명이 경향에 들렀던 조부로부터 한학과 주문朱門의 학을 배웠다. 1927년 봉계공립보통학교 입학, 4학년 여름 홍수로 말미암아 전답 5마지기가 유실됨으로 살 길을 찾아 일본으로 건너가 3년 동안 일본 각지를 찾아 유랑했다. 1932년 오사카 천왕사 야간부기학교 입학하여 2년 수료 후 귀국, 돌아와 향리의 보통학교를 마쳤다. 1946년 해방과 더불어 향리 김천에 돌아와 <시문학 구락부>를 발족했다. 1947년 동인지 <오동梧桐>을 출간하고1948년 작품 <조국祖國> 창작(후일 이 작품이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고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수록됨)
1960년 국제신보, 서울신문,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같은 해 <현대문학>으로 천료되었고, 196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동시)로 등단했다.
시조집 <채춘보採春譜> <묵로도墨鷺圖> <失日의 銘> <蓮과 바람> <蘭보다 푸른 돌> <오동잎 그늘에 서서> <세월이 무엇입니까> <이승의 등불> 등이 있고, 동시조집 <꽃가지를 흔들 듯이> <엄마 목소리> <가랑비 가랑가랑>, 일기초 <하를 구만리> <내 손녀 연정에게>, 시조선집 <산이 나를 따라 와서> <백수시선>, 시조전집 <노래는 아직 남아>, 저서 <시조창작법> <고시조 감상> <백수산고> 등이 있다.
제2회 김천시 문학상(67) 제11회 한국문학상(74) 제1회 가람시조문학상(79) 제3회 중앙일보 시조대상(84) 제5회 육당 문학상(89) 은관문화훈장(95) 제2회 만해시문학상(99) 제 1회 육사문학상(04) 제5회 유심특별상(07) 제13회 현대불교문학상(08) 제4회 백자예술상 수상(10)을 수상하였다.

이번 시집 <구름 山房>은 자서에서 밝혔듯이 60년 동안 쓰고 지우고 했던 고심의 흔적, 그 허접쓰레기들을 낙엽처럼 긁어모아 천지간에 분축(焚祝)드리는 심정이라고 했던 만큼, 이제 92세의 노구의 시인으로서, 언제나 지상의 오늘의 삶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시를 임하고, 그렇게 쓴 시들은 과히 천의무봉에 가 닿고 있다.
한국문단의 척박한 시조 세계의 공간을 초정 김상옥 선생과 함께 무한히 확장한 정완영 시인은 김천 직지사 산자락에 칩거하여 오로지 시조에만 전념한 살아있는 문단의 역사나 다름없을 것이다. “구름으로 지은 문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구름으로 지은 문 속에 사는 절이 어디 있는가/ 거짓말 엄청난 거짓말, 엄청나서 쇠북이 운다.”(?雲門寺? 전문) 이 시에서 보여주듯 시의 허구성과 현실의 경계를 절묘하게 버무려놓으면서 마치 초음속 제트기가 지나간 후에 쇠북이 울려오는, 후천적인, 강요하지 않는, 깨달음의 시. “세월도 한 구비만 돌아들면 옛터일까/ 고추장이 쫓던 소년 눈망울에 젖은 구름/ 애호박 닮았던 소녀가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추장이 쫓던 소년? 전문) 구순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첫사랑을 못잊어 하는 노시인의 사랑은 흔한 노랫가락처럼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한다. 하여 풋풋하고 무공해적인 무죄의 사랑이리라. “혼자서 살면서도 혼자인 줄 몰랐더니/ 아무도 없는 고향 그 고향을 다녀와서/ 맥 놓고 앉아있는 밤 혼자인 걸 알았네.” (?혼자? 전문) 혼자라는 말은 절대 고독이라는, 홀로라는 말보다 더 짙은 고독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맥 놓고 혼자’라는 평범한 누구에게나 체현될 수 있는 보편적인 체험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고향은 꿈도 잠도 떠나가고 다 없는데/ 노래만 별 하늘에 散彈처럼 박혀 있고/ 추풍령 넘어선 열차가 지둥 치듯 합니다.”(?風雪 열차? 전문) 별이 하늘에 천둥처럼, 탄알처럼 소리 내어 박혀 있듯이 추풍령 넘어가는 열차도 지둥을 치면서 지나가는 풍경이 곧 풍설 열차인 것이다. 그의 시는 天地人의 조화로움과 소박한 소재와 풍경들을 깁어서 가히 천의무봉한 시를 직조하고 있다. 평범한 듯한데 비범하고 재주가 승하지 않고 온후하면서 울림이 큰 시의 뿌리엔 맑고 투명한 심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허물을 벗고 육탈할 수 있는 청청한 마음이 그의 시에 면면히 흐르고 있고, 특히 전통적인 삼행시로 천지인의 유대의 결속은, 정말 바느질 티가 나지 않는 도도하고 유장한 전통 시조의 전범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