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제 경제가 부강해지기 시작하자 바로 군사력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육지 국경은 거의 획정되어 더 이상 인접국가인 러시아나 인도, 베트남 등과 국경문제로 전쟁을 치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핵심 국가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는 도서 영유권 문제는 동중국해에서는 일본과, 남중국해에서는 필리핀, 베트남 등과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은 과거 아편전쟁에서 해군력이 미약하여 서구 제국주의에 당한 뼈저린 교훈을 되새기며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중국과 도서분쟁 당사국들은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우방국이므로 만약 이 지역에서 도서 분쟁이 발발한다면 결국에는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상황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일부 석학들은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다고 특징지으며, 21세기는 ‘해군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런데 필자는 21세기는 ‘중·미의 해양경쟁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바다를 지배했던 나라는 국력을 대외에 과시함으로써 강국이 되어 세계의 역사를 주도해 왔다. 고대에는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그리고 중세에는 아랍과 베니스인들이 지중해를 제패했다. 특히 근대 세계사는 해양패권 승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을 누비며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고, 영국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바다의 지배권을 획득함으로써 해가 지지 않는 대제국을 건설하였으며,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오늘날 세계 최강의 해양강국이 되었다. 이처럼 국가의 흥망성쇠는 제해력(制海力)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이재형(李在珩)
전남 벌교에서 태어나 조대부고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마치고 호주 Adelaide대학교(국제정치학 박사)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육군군수관리학교 OR과정(Fort Lee, Virginia)과 인도 국방대학원(New Delhi, India)을 수료했다.
육군사관학교 교무처장을 역임하고, 성신여자대학교에서 10년 간 북한사회문화론 강의를 했다.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와 사단법인 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