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지그시 바라보는 청년 김규동과 노시인 김규동(85), 두 시선에는 한치의 다름도 없다. 동그스름한 얼굴로 웃음지을듯 말듯한 입가와 눈매는 앳된 김남조나 지금의 김남조(83)나 고운 그 시절 그대로다. 단지 60년의 세월을 건넜을 뿐이다.
영원한 청춘의 믿음에서인가. 이제 갓 시인의 이름을 얻은 이길상(38·2010 서울신문 신춘문예)이 자신의 70세를 떠올리며 그린 자화상은 주름 한 줄 그리는 데도 인색하다. 강윤미(30·2010 문화일보 신춘문예)의 자화상에도 늙음을 찾기 쉽지 않다. 불과 30~40년 뒤에 닥칠 일인데도 말이다.
최근 발간된 계간 문예지 ‘문학청춘’ 봄호가 등단 50~60년을 훌쩍 넘긴 노시인들과 이제 막 등단해 가슴 한껏 부풀어오른 젊은 시인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이들이 함께 부르는 청춘송가(靑春訟歌)를 두툼히 펼쳤다.
여든을 훌쩍 넘긴 노시인들도 그 시절 곱디고운 청춘이었다. 그러나 노시인이 돌이켜보는 청춘은 단순한 회한이나 예찬만은 아니다.
김규동은 ‘…/너는 어디 갔다 지금 오냐/ 옛날은 벌써 온데간데없이 되었다/ 그런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 것을/’(‘청춘은 번개처럼’ 중)이라면서 대자연의 강물이 흘러가고, 번개가 내리치듯 지나가버린 청춘을 되짚었다. 김남조 또한 ‘…/ 독 묻은 버섯처럼 곱고 슬프게 눈떠 있을/ 네게 못다 준 목숨의 말 한 마디//’(‘남은 말’ 중)라며 지혜의 전승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